“천사들도 춤출거예요… 고귀한 분이 막 도착했으니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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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만델라’ 남아공 르포

요하네스버그·프리토리아=전승훈 특파원
요하네스버그·프리토리아=전승훈 특파원
“마디바(존경받는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만델라에 대한 애칭)는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당신 덕분에 자유를 얻었습니다.” “하늘나라의 천사들도 춤을 추고 있을 거예요. 고귀한 분이 막 도착했으니까요.” “타타, 당신은 신께서 인류에게 내려준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는 ‘인종 화합의 성자(聖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기리는 예배가 열렸다. 이날을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한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고인의 부인인 위니 만델라 여사와 함께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브라이언스톤 감리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다. 주마 대통령은 이날 교회 연설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한 만델라의 발자국을 따라 ‘무지개 나라’를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이날은 이슬람 사원과 유대교 회당에서도 기도회가 열려 종교를 초월해 만델라를 애도했다.

또한 요하네스버그 교외에 있는 만델라의 자택 앞에도 참배객들이 몰려들어 수천 송이의 꽃이 산처럼 쌓였다. 언덕 아래부터 손에 꽃을 들고 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노란색 국화를 들고 온 백인 여성, 보라색 수국을 손에 든 흑인 남성, 들꽃을 꺾어 온 소녀들까지…. 그들은 커다란 만델라의 사진 밑에 깨알 같은 글씨로 편지를 썼다. 5일 세상을 떠난 ‘타타(아버지) 마디바’에게 쓴 글이었다.

특히 추모 장소마다 추모객 수백 명이 “넬슨 만델라”를 외치며 엉덩이를 흔들고, 발을 구르며 격렬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에게 슬픈 날에 왜 춤을 추느냐고 물었다. 헤이잘 마지무코 씨(45·여)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행복할 때도 춤추고 노래하고, 슬픔을 감당할 수 없을 때도 노래를 한다”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시절에는 감정도 맘껏 표현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기 때문에 춤을 춘다”고 말했다.

이날 자택 앞에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온 참배객들이 많았다. 이곳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용서와 화해를 가르쳐준 만델라를 기리는 거대한 교육의 장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30년간 남아공에서 살아온 백인 세르히오 씨(56)는 “우리는 20년 전만 해도 내전 당시 유고나 르완다에서처럼 서로가 서로를 죽이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만델라를 함께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은 만델라 사후에 실업이나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불안과 폭동, 주식과 통화가치 폭락으로 남아공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만델라 크래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 분위기는 만델라의 죽음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프리토리아 대통령 집무실 앞 추모장소에서 만난 버턴 조지프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대변인은 “남아공이 현재 빈부격차, 실업,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과거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왔듯이 곧 이겨낼 것”이라며 “우리 모두 만델라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면 전 세계에 다시 화합과 번영의 빛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프리토리아=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넬슨 만델라#남아프리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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