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을 상대 없다, 만만한 팀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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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조 확정]
벨기에-러, 각각 크로아-포르투갈 밀어내
알제리도 페굴리 등 공격력 무시 못해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아주대 겸임교수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아주대 겸임교수
월드컵 사상 최강이라 해도 좋을 32개국이 운집한 까닭에 ‘요행’의 조를 만나기란 애초부터 어려웠다. 그러나 한국이 속한 조는 분명 최악과 거리가 멀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독일, 가나, 포르투갈’, ‘스페인, 칠레, 네덜란드’가 한국의 상대일 수도 있었음을 고려하면 알기 쉽다.

높은 잠재성으로 주목 받는 ‘황금 세대’ 벨기에는 다른 전통 강호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큰 대회 경험치가 현격히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호화 멤버임에는 틀림없지만 공격의 에당 아자르, 수비의 뱅상 콩파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들이 빠진 경기들에서 벨기에의 공격은 단조로웠고, 수비 또한 불안한 모습이 노출되곤 했다. 일부 선수들은 소속 클럽에서의 입지가 견고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는 명장 파비오 카펠로 특유의 엄격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무장해 승부에 강한 팀으로 거듭나며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격의 파괴력은 떨어진다. 카펠로 이전의 ‘화끈한 러시아’와는 정반대다. 러시아의 주전 다수가 빠졌던 경기이기는 하나 그래도 최근 평가전을 통해 한국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나쁘지 않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는 전통적으로 재간과 창조성을 지닌 선수들을 보유해 왔다. 하지만 아프리카 챔피언 나이지리아, 디디에 드로그바의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의 다른 강호들을 고려하면 알제리를 만난 것 자체에는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만만찮은 공격력의 젊은 선수들이 존재하는 알제리이지만 상대적으로 수비는 그리 조직적이지 못하며 거칠기까지 하다. 전반적으로 기복이 심한 팀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긍정적 측면들의 개괄일 뿐이다. 해외의 평론가들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을 각각 플레이오프로 밀어냈던 벨기에, 러시아와 같은 조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협하는 요소들의 개괄 또한 가능하다. 우선 벨기에는 아자르와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위력이 대단한 데다 선수들의 신체조건 또한 뛰어나다. 로멜루 루카쿠(191cm), 크리스티안 벤테케(190cm), 마루안 펠라이니(194cm) 등의 힘과 높이는 한국 수비진에 커다란 어려움을 제공할 공산이 크다. 콩파니(193cm)와 다니엘 반 바이텐(197cm) 같은 거한의 수비수들도 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전방의 핵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와 알렉산드르 코코린을 활용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잠재적 변수는 러시아 최고의 공격 재능을 지닌 알란 자고예프다. 카펠로 감독은 지금까지 전술적 부적합성, 규율 문제, 부상 등의 이유로 자고예프를 별로 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고예프가 온전한 컨디션으로 카펠로의 낙점을 받게 되면 러시아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훨씬 강해질지 모른다.

알제리 또한 한국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 예상되는데 알제리의 공격력은 간과할 수 없다. 소피안 페굴리의 역동적 돌파, 야신 브라히미의 드리블 재간, 사피르 타이데르의 다재다능함, 엘 수다니의 침착한 마무리는 언제든 한국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이슬람 슬리마니, 이샤크 벨포딜은 키가 크면서도 기술까지 갖춘 공격수들이다.

월드컵 본선, 그리 녹록한 무대가 아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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