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경색, 추운 날씨 발생률 껑충… ‘처음 느끼는 가슴통증’이 위험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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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문제는 혈관]<中>혈전 생기면 뇌경색 온다

서상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왼쪽)가 뇌경색 환자를 시술한 뒤 동료 의료진과 모니터를 보면서 뇌혈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상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왼쪽)가 뇌경색 환자를 시술한 뒤 동료 의료진과 모니터를 보면서 뇌혈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새로운 경제 부흥을 이끈 마거릿 대처,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네 사람 모두 혈관이 막히는 혈관경색(허혈성)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혈관경색 질환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최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환자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질환들은 돌연사나 반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남길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

국내 심장혈관 경색질환 전문가인 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뇌혈관 경색 전문가인 이경열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막힘이 없는 혈관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법을 알아본다.

○ 작은 증상도 소홀히 말아야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면 응급실로 가도 5∼10%의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문제는 심근경색이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처음 생기는 흉통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발병 4, 5일 전부터 가끔씩 흉통을 느끼거나 평상시 느끼지 못한 흉통이 생기는 때가 많다”며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이 있거나 흡연을 하면서 가족 중 심장질환자가 있을 때 이러한 흉통 증상이 생기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경색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과 가족력이 있으면서 한쪽 팔다리의 마비가 오거나 갑작스레 말이 어눌해지고 전에 없던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시야장애가 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있다가 호전되더라도 뇌경색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증상이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교수는 “특히 심장의 심방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불규칙하게 박동하는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 안의 혈액이 잘 응고돼 혈전이 생기면서 뇌경색의 발병 위험률을 크게 높이므로 미리 항혈전 약물을 투여해 예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 3시간 내 치료가 생사를 가른다

급성 심근경색과 뇌중풍(뇌졸중) 환자는 전문병원으로 빨리 보내야 돌연사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뇌세포는 20초만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도 기능을 상실하고 4분 후부터는 죽기 시작한다.

이 교수는 “뇌경색이 발생하면 3∼4시간 안에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정맥으로 주사하는 시술을 받아야 된다”며 “최근엔 혈전 용해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동맥 내로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도 있다”고 강조했다.

급성 심근경색도 발병 뒤 6시간이 지나면 심장근육 전반에 손상이 와 회복이 힘들기 때문에 신속하게 막힌 혈관 부위에 특수 도관을 넣어 넓혀주고 다시 좁혀지지 않도록 ‘스텐트’를 끼워주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은 뇌중풍 환자의 3개월 뒤 일상생활 복귀율은 6∼12시간 안에 치료받은 환자에 비해 26%, 12시간 이상 지난 환자에 비해서는 45%나 높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10%에서 심장이 수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떠는 ‘심실세동’ 상태가 되면서 맥박이 고르게 뛰지 못하는 부정맥이 생긴다. 이때 즉시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치료를 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확률이 높다. 심실세동에 의한 부정맥 발생 뒤 3분 안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면 소생률이 80% 이상이지만 10분이 지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윤 교수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는 주변에 자신의 상태를 알려 유사시에 응급처치를 받아야 하고 119 구급차를 통해 빨리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챙겨야 된다”고 말했다.

○ 정기검진과 정확한 투약이 재발 막아

일단 뇌경색이 발병한 이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재발이 잦다. 평소 짜고 기름지게 먹는 식습관을 피하고 주치의가 권유하는 생활습관 교정과 혈전을 예방하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도 재발의 중요한 요인이므로 금연해야 한다.

특히 대표적인 혈전예방제인 ‘와파린’ 성분의 약물은 혈액순환에 좋다는 각종 채소즙(녹즙, 양파즙, 마늘즙)이나 청국장과 같이 먹을 때 약효가 감소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최근 혈전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분이 많은데 과용하면 위장 장애와 출혈 부작용이 생기므로 의사와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며 “가끔씩 챙겨 먹는 것은 약 효과가 없으므로 규칙적으로 먹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시중에 알려진 고단위의 오메가3 지방산이나 은행나무 추출물들은 기존 복용중인 혈전예방약과 상승효과 때문에 출혈의 부작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의사가 처방해준 약물 외에 혈전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보조식품을 임의로 먹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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