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초미세먼지의 진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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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1901년 영국 런던을 세 차례 방문했던 인상파 화가 모네는 매연과 안개로 가득 찬 런던의 풍경에 푹 빠졌다. 그는 “이런 안개가 없었다면 런던은 아름다운 도시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화폭에 담기에 바빴다. 몽환적인 풍경은 얼마 안 가 재앙으로 바뀌었다. 1952년 12월 날씨가 평소보다 추워지자 시민들은 석탄을 더 많이 땠다. 매연(smoke)과 안개(fog)가 합쳐진 스모그(smog)로 이듬해 여름까지 1만20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의 시작이었다.

▷석탄에 의한 스모그가 ‘런던형(型)’이라면, 자동차 매연 증가에 따른 선진국형 스모그는 ‘로스앤젤레스(LA)형’으로 불린다.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양쪽을 모두 이어받았다. 런던형과 LA형의 혼합 스모그가 중국 대륙을 뒤덮으면서 베이징(北京) 등 주요 도시는 마치 흡연실 내부처럼 변했다. 대기오염으로 중국에서 한 해 120만 명이 사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중국발 스모그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곧장 날아든다. 스모그가 위험한 이유는 그 속에 포함된 미세먼지, 납 카드뮴 등 중금속, 각종 화학물질 때문이다. 특히 크기가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가 문제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이 먼지는 코나 기관지가 걸러내지 못해 폐, 심장 등 호흡기로 직접 들어간다. 미세먼지는 바람만 불면 언제든 중국에서 쉽게 넘어온다.

▷정부는 5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대기오염 정보 교환과 공동 대응책 마련에 합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오염원인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지만 좀 더 세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날씨예보처럼 ‘미세먼지 예보제’도 내년 2월부터 전면 시행할 방침이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비행기는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해 감시한다지만 영공을 넘나드는 미세먼지의 공습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한민국의 하늘이 뻥 뚫린 느낌이다.

김재영 사회부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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