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우린 왜 청춘에 머물 수 없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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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8일 일요일 흐림. 성장통.
#86 Avril Lavigne ‘Here's to Never Growing Up’(2013년)

“나도 담달에 품절됨 ㅎ.”

며칠 전 야근을 끝내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프랑스 파리에 신접살림을 차린 대학 후배 M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차창 밖으로 서울 외곽의 아파트촌이 하늘에 그린 윤곽선 위로 뜬 노란 달이 보였다. 내 목적지는 경기 서부의 도시. 내가 이 도시에 살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 못했다. 갓 상경한 스무 살 때는 서울만 해도 너무 크고 낯설어 날 고독하게 했으니까. 괴물처럼 느껴지던 한강은 날 결국 하류로 흘려보냈다.

“오오 형 ㅎㅎㅎ 추카추카… 신혼여행 파리로 놀러오삼 ㅎㅎ.”

먼 나라에서 답장이 ‘뿅’ 왔다. 나는 혼자 피식 웃었다. 이어폰 안에서는 마침 캐나다 가수 에이브릴 라빈(사진)의 ‘히어스 투 네버 그로잉 업’이 흘러나왔다. ‘라디오헤드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휴대용 오디오에서 쿵쿵대는 음악과 함께/우린 사랑에 빠져들었지.’

열여덟 살 때(2002년) ‘컴플리케이티드’가 담긴 앨범 ‘렛 고’로 데뷔한 라빈은 이제 스물아홉 살이다. 올해 낸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제목은 그냥 ‘에이브릴 라빈’. 여전히 동안이긴 하지만 그는 올해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2006년 캐나다 인기 록 밴드 섬41의 보컬 데릭 위블리와 결혼했다 2009년 이혼한 라빈은 이번엔 섬41보다 더 인기 있는 캐나다 록 밴드 니켈백의 리더 채드 크로거랑 결혼했다. 니켈백은 2000년대에 비(非)미국 음악인으로서 비틀스 다음으로 많은 앨범을 미국에서 팔아치운 팀이다.

라빈은 이제 정말 죽을 때까지 먹고살 걱정은 없을 거다. 그래도 젊음은 어디에도 안 판다. ‘히어스 투 네버 그로잉 업’의 뮤직비디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고등학교 복도를 가로지르는 라빈은 노래한다. ‘영원히 머물지 않을래? 네가 영원히 머문다면 우리는 영원히 머물 수 있을 거야, 젊음에.’

음악 취향이 비슷한 데다 착하고 순박해서 나랑 늘 붙어 다녔던 M은 학창시절 술만 몇 잔 들어가면 말했다. “형, 우리 결혼하지 말고 이대로 우리끼리 재밌게 살자. 음악 듣고 맥주 마시면서.” 그랬던 M은 10월 “(유학 중인) 파리에서 천생연분을 만났다”며 결혼 소식을 전했다.

절대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는 어느새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고, 행복이랑 안정과 함께 마중 나온 아픔이 인사한다. ‘너, 지금 괜찮니? 우린 왜 머물 수 없는 걸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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