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유혹]겨울이어서 더 감미로운 커피, 그 멋과 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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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믹스·음료·프랜차이즈… 날로 커가는 한국 커피산업의 명가들

차가운 겨울날, 아침햇살이 파고드는 창가에 앉아 가벼운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굳이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향과 맛, 그리고 햇살의 따뜻함이 어우러지면 거기에 더할 것 아무것 없는 낙원이 펼쳐진다.

국민음료가 된 커피. 낭만과 문학, 예술이 함께 따라다니던 커피가 이젠 생활이 되었다. 거리마다 커피숍이 넘쳐나고,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대학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늘의 풍속도다. 바닷가 도시 강릉은 여름 해수욕과 횟집 정도를 떠올리던 모습을 완전히 벗고 커피도시가 되었다. 한두 명의 커피 장인들이 시작한 전문 카페들이 이젠 도시 전역에 들어섰고 서울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3시간을 달려 ‘잠깐 들르는’ 커피 마니아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에티오피아에서 9세기경 재배되기 시작되었다고 추정되는 커피는 염소들이 먹던 열매에서 그 각성효과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먹게 되었다고 한다. 종교수행자들의 피곤을 덜어주는 데서 시작된 커피 복용은 이집트 예멘을 거쳐 페르시아, 터키 등지로 퍼져 나갔다. 17세기경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21세기 지구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표 음료가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6·25전쟁 당시 미국인들의 인스턴트 커피가 유출되면서 서서히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8년 통계로는 한국 커피시장 규모가 1조3976억 원이고 커피믹스가 60%, 커피 음료 26%, 인스턴트 커피 11%, 원두커피 3%의 비중으로 소비된다.

최근 빠르게 시장이 변하고 있어 차이는 있겠지만 커피믹스와 음료, 인스턴트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원두커피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캔음료를 비롯한 제품시장에서도 원두커피 바람이 불고 있다.

맥심커피와 프리마로 대한민국 커피산업의 대명사가 된 동서식품은 국민배우를 모델로 쓰는 정감 높은 광고에서 엿볼 수 있듯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 동서식품이 내놓은 프리미엄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는 지난해 90%가 넘는 고성장을 이룩했다. 2012년 2억 잔, 2013년 상반기 4억 잔의 놀라운 기록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자신하면서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품질 향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건강을 마시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커피를 선택한 식품기업들도 등장했다. 우유를 비롯한 건강음료의 대명사인 남양유업과 농심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이다.

프렌치카페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내놓으며 커피믹스의 고급화를 선언했다. 고급 원두를 사용하면서 인산염을 줄인 건강커피라는 설명이다. 농심의 강글리오 꿀사과 커피는 녹골에 들어 있는 강글리오사이드에 전통적 건강식품 꿀과 사과를 첨가한 커피. 건강음료의 기치를 내세웠다.

음료산업의 강자인 롯데칠성음료는 원두캔커피 칸타타를 통해 고급 커피를 캔으로 마신다는 소비행태를 창출했다. 연매출 1000억 원, 올 10개월 판매 1억2000만 개의 대기록을 만들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국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 나서 당당하게 한국 토종 브랜드를 심어가는 기업도 있다. 합리적인 가격, 친근한 분위기로 1000번째 숍을 만든 이디야커피와 곧 100호점 개장을 앞두고 있는 카페디아테. 이들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피를 더욱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커피산업의 첨병들이다.

프랑스의 한 작가가 말했다는 커피예찬은 너무 유명해 식상한 감이 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 표현한 문구다. 겨울이 깊어가는 월요일 아침, 가만히 음미해 보자.

“커피의 본능은 유혹,/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악마처럼 검고/지옥처럼 뜨거우며/사랑처럼 달콤하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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