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도 첫 세계선수권 우승자에서 대만유도대표팀 사령탑 된 박종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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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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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도 대표팀 박종학 감독.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대만 유도 대표팀 박종학 감독.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2013코리아그랑프리유도대회 대만 감독으로 남자 -60kg급 은 일궈
1981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후 무릎 통증으로 26세에 은퇴
지도자로 전기영 조인철 송대남 등 키워내
대만유도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 위해 한국과 교류

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개막한 2013코리아그랑프리국제유도대회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은 남자 -60kg급의 김원진(21·용인대)에게서 나왔다. 김원진은 결승에서 대만의 차이밍옌을 누르기 한판으로 꺾었다. 그러나 결승에서 모두가 김원진을 응원한 것은 아니었다. 대만 선수를 응원한 단 한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대만유도대표팀 총사령탑인 박종학(55) 감독이다.

만약 차이밍옌이 김원진을 이겼더라면 한국으로선 뼈아팠겠지만, 대만유도는 사상 첫 그랑프리대회 금메달이라는 국가적 경사를 맞을 수 있었다. 비록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금메달은 놓쳤지만, 차이밍옌은 목표로 했던 동메달을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한국선수를 2명이나 이겼다. 아직 대만유도는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있지만, 박 감독 취임 이후 속속 입상권 성적을 내고 있다.

6일 만난 박 감독은 “대만유도대표팀을 맡은 지 6년째다. 처음에는 선수들 수준이 동남아에도 못 미쳤다. 자신감도 없었다. 그러나 체력 위주의 한국식 훈련을 도입한 결과, 어디와 붙어도 주눅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대만남녀대표팀 총감독으로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내년에는 용인대를 찾아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유도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였다. 1981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상을 뒤엎고 남자 -71kg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박 감독은 “사람들은 다크호스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고 회고했다. 상무 유도단에서 전역한 바로 이틀 뒤 네덜란드로 날아가 따낸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당시 서울과 박 감독의 고향 청주, 두 곳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양쪽 무릎 부상으로 불과 26세에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모교인 청석고와 청주대에서 코치와 교수로 재직했다. 이 시절 키워낸 제자가 전기영(19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용인대 교수), 조인철(2000시드니올림픽 은메달·현 국가대표 감독), 송대남(2012런던올림픽 금메달·현 국가대표 코치)이다. 박 감독도 31세에 국가대표 코치로 부임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감독까지 화려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이런 박 감독이 유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만으로 간 것은 20년간 이어진 대만유도의 간곡한 요청을 이기지 못해서였다. 2007년 대만국립체육대 교수 겸 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여 타이베이로 갔다. 이제는 한국유도를 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은 한국을 배울 때라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한국유도와 교류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 남녀유도에서 금메달 1개씩을 따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제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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