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델라, 관용과 타협의 정신 남기고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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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소수정권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자유와 평등, 화해의 정신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5일 서거했다. 그는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외딴섬의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인간에게는 불굴의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그를 박해한 적(敵)과 타협하고 관대함을 베풀었던 거인이었다. 이념이나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공존하는 길을 제시해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임을 보여준 진정한 정치지도자이기도 했다. 남아공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의 폐지는 만델라 없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잇따른 민주화 바람, 국내외 경제적 압박 때문에 당시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인종차별정책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만델라가 없었다면 정치 보복과 갈등 없이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젊은 날에 무장투쟁을 불사했던 게릴라 지도자였으나 ‘다인종 남아공’을 위해 타협적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1990년 석방돼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인종분규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화해와 진실 위원회’를 만들어 관용과 극복의 정신으로 과거를 청산해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이듬해 대통령이 됐다.

남아공에 자유경제와 의회민주주의 체제를 굳힌 것도 만델라였다. ANC 강경파는 소련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 경제에 기울어 있었으나 만델라는 국민에게 번영을 안겨주는 시장경제와 의회민주주의를 택했다. 1994년 민주화 이후 남아공 경제 규모가 83% 성장하고 흑인 중산층이 늘어난 것도 만델라의 유연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퇴장도 아름다웠다. 종신 대통령을 맡아 달라는 국민 다수의 요청을 물리치고 임기만 마치고 깨끗이 물러나 법치국가의 틀을 다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신념을 갖고 꿈을 꾸며 정의와 인류애를 지향한다면 세계와 사람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성명을 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가 살아있는 한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실천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친 만델라의 명복을 빈다.
#넬슨 만델라#인종차별정책#흑인 대통령#남아프리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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