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中日과 충돌방지 협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일본,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안에 대해 “한국의 노력을 평가한다(appreciate)”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평가한다’는 의미에 대해 “우리가 (8일) 공식 발표한 뒤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반응을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어느 정도 양해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betting)하겠다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긴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경계한다는 뉘앙스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평가와 달리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대해서는 “용납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어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사실상 확정했다.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에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이어도는 물론이고 마라도와 홍도 인근 영공도 모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우리의 주권 행사이자 영해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비행정보구역 및 해군의 작전구역과 일치하게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키로 결정한 만큼 이 선을 지켜낼 준비가 따라야 한다. 이어도는 한국 정부의 관할 수역 안에 있지만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149km 떨어져 있고 주력 전투기 F-15K가 출동해도 20분밖에 작전을 펼치지 못한다. 공중급유기 도입을 결정했지만 4, 5년 후나 실전 배치가 가능하고 해군력도 중국과 일본에 절대 열세다.

새롭게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토대로 한중일 3국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을 확고한 안전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일 양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양국 간 장애요소를 조속히 해결해 원만하게 관계 진전을 이뤄 달라”고 당부했다. 한일 간의 갈등으로 한미일 3국 간 안전보장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해 달라는 주문이다.
#방공식별구역#중국#미국#조 바이든#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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