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병원 X-파일’ 추천 병원 6

  • 동아닷컴
  • 입력 2013년 12월 6일 15시 36분


대전 엠블아동병원 정재호 원장
“‘No general, No special.’, 기본에 충실한 병원”
“내 아이, 내 조카처럼 진료…단골병원이 ‘착한병원’”

동아닷컴과 LG생명과학이 10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두 달 간, 우리 주변의 ‘착한병원’을 찾아 환자들에게 알리는 ‘착한병원 X-파일’(www.donga.com/event/bestmind)의 여섯째 주 추천 병원으로 대전의 엠블아동병원, 서울의 제일정형외과 병원, 인천힘찬병원, 대전의 송촌정형외과, 서울의 루체아의원이 선정됐다. ‘착한병원’은 일반 환자나 가족이 직접 경험한 ‘착한병원’을 동아닷컴 헬스&라이프 섹션을 통해 추천하면 동아닷컴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하고 해당 페이지에 댓글 형식으로 병원을 추천하면 된다.<편집자 주>

최영철 /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첫째 아이를 낳아 키우는 초보 부모 중 대부분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애기가 시도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울기 때문이다. 말을 못하는 애기는 울음이나 칭얼댐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배고프다, 아프다, 간지럽다, 덥다, 춥다, 소화가 안 된다 등. 옛날 대가족 제도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5명 이상 키워봤고, 많이 잃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의 할머니들은 의사나 다름없었다. 애들의 울음소리나 옹알거림, 소변과 대변의 색깔과 형상, 심지어 눈빛만 봐도 어디가 불편한 지 알아냈다.

요즘 할머니들은 벌써 핵가족화 시대에 살아온 세대가 많으므로 그 정도까지는 되지는 못한다. 그러다보니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전문의들은 옛날 할머니들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초보 엄마들의 육아상담까지 해줘야 한다. 육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결국 그것은 아이들의 성장과 질병 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자도 아이들을 키워봤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아프다고 끊임없이 울어대는 아이들로부터 집에 가자고 생떼를 부리는 아이들, 자신의 아이들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유별나게 성가시게 구는 부모들까지….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1-2시간만 있어보면 혼이 다 빠질 지경이다. 그것도 모자라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모르는 부모들을 상대로 차분하게 진료를 진행하는 의사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때로는 봉변도 당한다. 자식사랑이 지나쳐 의사들을 괴롭히는 부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자는 열이 40℃가 가까이 올라 간 아이에게 얼음 냉찜질을 하다 멱살을 잡히는 의사를 두 눈으로 목도한 적도 있다. 그 아이 아버지는 ‘추워서 벌벌 떠는 아이에게 왜 얼음을 가져다 대느냐’며 의사를 공박했다. 의사는 결국 손찌검까지 당했다. 기본적으로 열이 나면 추위를 더 타고, 추위를 덜 타게 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몸의 열을 내려야 한다는 기본적 의학상식도 모르는 부모들이었다.

자식을 키워본 신세대 부모라면 누구나 새벽에 아이를 안거나 둘러매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본 경험이 있을 터이다. 새벽 응급실은 애타는 부모의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아이와 부모를 매일 대해 본 전문의는 없고 피곤에 찌든 (그것도 다른 전공과) 인턴과 레지던트가 애기 환자와 부모를 맞이한다. 그들은 치료만 할 뿐 왜 아이가 아프게 됐는지, 또한 해당 질환이 다시 발병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인심 좋은 ‘누이 같은’ 간호사를 만난다면 행운이다. 그만큼 우리 응급의료계의 현실은 열악하다.

‘마법을 부리듯’ 낫게 하는 의사

‘착한병원 X-파일’ 캠페인 여섯째 주 추천병원인 대전의 엠블아동병원은 지난해 개원한 곳이다. 현재 9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으며 59병상의 입원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이 병원은 추천 네티즌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을 부리는’ 병원이다. 애기가 계속 설사를 하고 칭얼대서 병원을 찾았는데 ‘마법을 부린 듯’이 모든 게 좋아졌다는 게 네티즌의 자랑이다.

특히, 처방전이 아니라 육아에 대한 조언을 의사 직접 꼼꼼하게 적어줬다는 부분은 압권이다. 팍팍한 의료 현실에서 이런 의사, 정말 드물다. 16년 의학담당 기자 생활하는 동안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일단 추천 네티즌의 글부터 보자. 육아의 어려움이 마음으로 느껴지고 의사에 대한 고마움도 절절하다.

‘전 초보 맘이고 저희 아기는 팔개월차 들어가요. 전 잘 한다고 하는데 아기 생활패턴을 잘 맞추질 못해 아기도저도 잠도 못자고 지난 칠개월을 육아에 찌들어 보내던 차에 저의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먹는 양과 시간, 재우는 법과 시간까지 꼼꼼히 적어주셨습니다. 정말 마법이라도 부린 듯 이틀 만에 밤낮 뒤바뀐 게 돌아왔고 잘 먹고 설사도 멈추고 아기도 순해졌습니다. 제겐 너무도 감사한 원장님입니다.’

‘마법을 부리는 의사’인 엠블아동병원 정재호 원장에게 ‘마술’의 정체를 물었다. 항상 겸손하지만 할말은 하는 스타일, 전형적인 ‘좋은 의사’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그대로 옮겨봤다.

<대전 엠블아동병원 정재호원장>
<대전 엠블아동병원 정재호원장>
- 착한병원 추천됐는데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와 엄마가 모두 편해졌다는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큰 힘이 되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제게는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법 번거로운 일인 듯한데, OO 어머니께서 이렇듯 좋은 일에 추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지요."

- 평소 진료 철학이 있다면?
“‘No general, No special.’입니다. 진찰이나 치료나 모두 기본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죠. 기본적인 것을 먼저 한 후에 특별한 것을 찾거나 택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특별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에게 조언할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합니다. 약의 처방은 물론 기본적인 위생이나 온도, 습도 등 환경에 대해 설명하려 하죠. 식습관을 올바르게 만든 뒤에 영양제 보충에 대해 조언합니다. 다른 전문과목의 의사가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기에 해야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냥 종합감기약을 사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의사를 찾아왔기 때문에 많은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환자를 대할 때 원칙이 있다면?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삼기’가 원훈입니다. 상투적이긴 하지만 병원 전 직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소아청소년과라는 특징상 무리한 요구를 들을 때가 많지만 의사를 비롯한 전 직원들이 환자를 대할 때마다 ‘내 아이라면, 내 조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라고 되묻습니다.”

- 환자 네티즌의 고마움이 절절합니다. 비결이 무엇인지요.

“단호함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당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는 정해드리려 하죠. 진단과 치료를 망설일 때는 의사로서의 고민을 그대로 말씀드리지만,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환아 보호자에게 맡기지는 않으려 합니다.”

- 원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좋은 의사’란.
“모르는 병에 대해 환자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죠. 다른 한편으론 환아와 부모를 가르치면서 면박을 주거나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됩니다. 몰라서 병원을 찾고 도움을 받으려 의사를 찾아 온 것이니까요. 좋은 의사는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주어진 환경, 장비, 시설, 사용가능한 약물과 시간, 아이의 상황과 보호자의 여건 등에 맞춰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고와 최첨단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의사에게 주어진 권위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대전 엠블아동병원 의료진>
<대전 엠블아동병원 의료진>
아이에게 거짓말 하지 않는 의사되기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애로 사항이 있다면?

“1차 진료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질병은 대부분 감염성 질환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는 좋아질 때까지 엄마와 아기가 조금 덜 불편하게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게 진료의 주된 목적이 됩니다. 그 때까지 믿고 기다려줄 수 있도록 엄마 아빠와 신뢰를 쌓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보호자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끌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스스로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 증상의 표현에 서투른 아이와 부모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따로 있습니까.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엄마들은 열이면 열 모두 ‘우리 아이가 기침이 심하다’고 합니다. 또, ‘기침, 콧물, 설사도 몇 번, 밥 잘 안 먹고 잠에서 자주 깨고 가래소리도 가끔’ 하는 식으로 중요한 증상을 뽑아 이야기하기 보다는 평소의 자잘한 문제까지 모두 나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픈 아이가 직접 표현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보고 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말 심한 증상, 당장 도움이 필요한 문제를 잘 걸러서 듣는 게 중요하죠.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지, 즉 아이들의 기본일과를 따져보는 게 굳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선생님만의 노하우도 공개해 주십시오.
“달래지 않습니다. 주사를 놓을 때 보이지 않게 준비한다든지 채혈검사 등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진료행위를 최소화한다든지 고민과 노력은 하지만 아이를 달래기 위해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을 지금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아이들에게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건 조금 아플 거야.’, ‘이건 아프지 않아.’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진료행위를 합니다.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 겪고 이겨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부모뿐만 아니라 단골 의사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몇 번, 어떤 아이들은 몇 달 동안 만나면 자연히 얌전해집니다. 그저 제 앞에서 울지 않는 아이보다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서도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죠. ‘저 선생님은 거짓말하지 않아’라는 인상을 주려고 하죠. 종종 청진기에 흥미를 갖는 아이들을 보면 꼭 귀에 걸어서 심장소리를 들어보게 해 줍니다.”

-네티즌의 말에 따르면 육아법까지 꼼꼼히 적어줬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로 진료실에 찾아왔든 아기가 어리면 어릴수록 각 월령에 맞는 육아이슈 하나 정도는 확인하려고 노력합니다. 투약 처방을 위해선 체중을 알아야 하는데 월령에 맞지 않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이유식 등 육아상황을 꼭 점검한 후 보냅니다. 문제 제기만으로는 엄마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으니 대안을 제시해 주는 거죠. 육아법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모범 예시를 드리려고 하는 거죠.”

-평소에도 이렇게 초보 어머니들의 육아 상담까지 해 주시는지.
“모유수유, 수면교육, 이유식, 영양보충, 운동요법, 대체의학, 훈육, 언어발달, 아이들의 심리발달, 양육자의 심리 등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선을 긋고 그 이상은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이나 기관 등을 미리 알아두려 노력합니다.”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 돌볼 때처럼 고민하는 의사’

-‘좋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어떤 의사입니까.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감기와 그 합병증을 잘 치료하고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주는(육아에 대해 권위 있는 조언)을 하는 한편, 심각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늘 공부하는 의사가 되기로 나름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기에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려면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 돌볼 때처럼 고민하는’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착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아이의 상태를 오래도록 지켜봐서 잘 알고 있는 단골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들의 건강입니다. 영양보충제 등의 시장도 크고 여기저기서 모순 된 조언도 많은 분야입니다. 엄마아빠들이 흔들리지 않게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근거와 권위를 가진 조언자가 필요하다면 집에서 찾아가기 쉬운 곳에서 아기 때부터 우리 아이의 성장상황을 지켜보고 기록해 둔 단골 소아청소년 의사가 가장 좋은 의사이고, 그런 단골 의사가 있는 그 곳이 바로 '착한 소아청소년과'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이들도 그렇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엄마들이 신뢰를 보여주는 만큼 그에 맞는 보답을 하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아이들 질병에 대한 처방이 비방이 있을 리 없습니다. 적어도 소아청소년과에선 누구약이 잘 듣고 누구약이 안 듣는다든지 동네병원 약은 안 듣고 큰 병원 약은 잘 듣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동네병원에서 안 나아서 큰 병원 가서 좋아진다면 그건 좋아질 때가 되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니던 병원을 같은 시기에 찾았다면 그 선생님도 같은 처방 같은 조치를 내리셨을 게 분명합니다. 의사들이 처방을 바꾸는 순서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이죠. 단골 선생님을 믿어주시면 그 분은 기꺼이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진료하실 겁니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아이와 보호자에게 무책임한 처방이나 조언을 하는 의사는 정말 만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