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인플레, 하버드大도 못말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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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의서 ‘A학점 퍼주기’ 확인
학교측 “대책마련”… 학생들 반발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에서도 ‘A학점 폭격기’라 불리는 교수들의 학점 퍼주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이 3일 보도했다.

12월 월례 교수회의에서 유명 정치학자인 하비 맨스필드 교수는 제이 해리스 학부 담당 학장에게 “하버드 학부생이 가장 많이 받는 학점이 ‘A-’라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해리스 학장은 “‘A-’가 아니라 ‘A’”라고 답했다.

맨스필드 교수는 “이 정도의 학점 인플레 현상은 묵과할 수 없는 사태”라며 “학교가 지나치게 관대한 학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리처드 토머스 고전문학 담당 교수도 “조만간 학교 차원에서 학점 퍼주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학부생의 평점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학점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학점 인플레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서 경쟁하는 하버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금도 A학점을 받는 일이 쉽지 않다며 ‘거품론’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교수가 결정할 일을 대학이 간섭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학점 인플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버드대가 미국 동부의 8개 사립 명문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유독 높은 학점을 준다는 비판이 많았다. 2001년 하버드가 위치한 보스턴의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는 “하버드 학부생의 91%가 평균 학점 ‘A-’ 이상을 의미하는 ‘우수 졸업’ 또는 ‘최우수 졸업’으로 졸업한다”며 “하버드가 아이비리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하버드대는 ‘우수 졸업 및 최우수 졸업’ 대상자를 60%로 줄였다.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2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학점 인플레 여부를 조사한 예일대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졸업한 학부생의 62%가 ‘A-’ 학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프린스턴대는 2004년 학점 관리 규정을 대폭 바꿔 학부생 중 ‘A-’ 학점 이상이 전체의 35%를 넘지 않도록 했다. ‘짠물 학점’이 최우수 학생들의 프린스턴대 진학을 가로막는다는 일부 지적이 등장하자 프린스턴대는 3학년과 4학년에 한해서는 이 비율을 55%로 완화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하버드대#학점 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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