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법무법인 A사의 등기팀장 정모 씨(39)가 서울 양천경찰서 수사과에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정 씨는 수사관 앞 의자에 앉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8월 한 투자자문회사에서 법인 청산 업무를 의뢰받았다. 정 씨는 업무를 위해 받았던 법인 도장을 이용해 해당 법인 소유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빌라(3억5000만 원 상당)를 자신이 매입한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꾸민 후 등기를 했다. 그는 사채업자를 찾아가 이를 담보로 1억9000만 원을 빌려 사용했다. 정 씨는 수사관이 내민 백지에 이런 사실을 모두 적었다. 정 씨는 자수를 한 덕분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정 씨가 돌아가고 2시간 뒤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찾아와 그를 고소했다. 수사관은 그때만 해도 ‘우연이겠지’라고 생각했다. 11월 21일 정 씨가 다시 양천경찰서에 찾아와 “다른 일을 자수하러 왔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빌라 서류를 위조해 사채업자에게 2억 원을 빌린 것이다. 정 씨는 죄를 많이 저지른 뒤 구속을 피하기 위해 고소 직전 자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정 씨를 업무상 배임·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길래 ‘진심으로 뉘우치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악어의 눈물(거짓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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