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保재단 “국공립 어린이집 지어 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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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60억 들여 7곳 신축… 지자체에 기부한 뒤 위탁운영
민간 어린이집의 절반 비용에 알토란 교육 프로그램 큰 인기

서울 구로생명숲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러시아 전통 복장 차림의 외국인 강사(왼쪽)에게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배우는 다문화 교육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서울 구로생명숲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러시아 전통 복장 차림의 외국인 강사(왼쪽)에게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배우는 다문화 교육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맞벌이 주부 김성원 씨(38·여)는 딸 최서희 양(5)을 국공립어린이집인 서울 구로생명숲어린이집에 보낸다. 영어, 체육, 과학, 악기연주 같은 활동을 하는 데 특별활동비로 약 5만 원을 낸다. 민간어린이집이라면 1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딸은 주말마다 어린이집 교사가 보고 싶다고 난리다. 열 살이 넘어도 이곳에 다니고 싶다고 말할 정도.

서희 양은 어린이집에서 ‘세로토닌 키즈 프로그램’이라는 생활습관 교육을 받는 중이다. 이번 달엔 젓가락질 바르게 하기, 소리내지 않고 꼭꼭 씹어먹기, 음식 이름 알고 먹기를 배웠다. 김 씨는 집에 돌아온 딸이 “채소를 꼭 먹어야 돼”라고 말하는 걸 보면 흐뭇해진다.

구로생명숲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의 서울대’라고 불릴 만큼 들어가기가 어렵다. 서희 양 부모가 신청할 때만 해도 앞에 대기자가 30명 정도였다. 지금은 2000명이 넘게 대기한다. 김 씨는 “민간 어린이집에 잠깐 가본 적이 있지만 아이를 돈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실망스럽고 못 미더웠다”고 말했다.

올해 0∼5세 무상보육이 시행됐지만 김 씨처럼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집 4만3591곳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2288곳(5.2%). 정부는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96곳을 확충한다고 발표한 뒤 공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 발의 피 수준이다.

17개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60억4000만 원을 들여 국공립어린이집 늘리기에 나섰다. 어린이집이 적은 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하고, 위탁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런 국공립어린이집의 이름은 ‘생명숲어린이집.’ 지난해 83억8347만 원을 들여 서울 구로, 경기 오산·이천시, 광주 남구 등 4곳을 지었다. 올해는 76억5653만 원을 들여 내년 초까지 서울 종로구와 인천 연수구, 경기 성남시 등 3곳에 짓는다. 생명숲어린이집에선 보육의 질을 우선가치로 꼽는다. 원장이나 교사를 채용할 때는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평소에도 인성교육과 아동학대예방교육을 꾸준히 실시한다. 학부모에게는 매월 한 번씩 어린이집 급식 조리과정을 참관할 기회를 준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맞벌이, 한부모,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다자녀 가정 같은 요건 중 많은 항목을 충족할수록 입소에 우선순위를 준다. 국공립시설이 너무 부족해 일부 학부모는 위장이혼을 하거나 가짜 서류를 만든다. 국공립과 민간 시설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라도 믿을 수 있는 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다.

6세 딸을 둔 육희재 씨(37·여)는 “맞벌이, 차상위 같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사람이 많아서, 웬만큼 요건을 갖춰서는 들어가기 어렵다.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길 국공립어린이집이 더 많아져야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어린이집#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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