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60억 들여 7곳 신축… 지자체에 기부한 뒤 위탁운영
민간 어린이집의 절반 비용에 알토란 교육 프로그램 큰 인기
맞벌이 주부 김성원 씨(38·여)는 딸 최서희 양(5)을 국공립어린이집인 서울 구로생명숲어린이집에 보낸다. 영어, 체육, 과학, 악기연주 같은 활동을 하는 데 특별활동비로 약 5만 원을 낸다. 민간어린이집이라면 1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딸은 주말마다 어린이집 교사가 보고 싶다고 난리다. 열 살이 넘어도 이곳에 다니고 싶다고 말할 정도.
서희 양은 어린이집에서 ‘세로토닌 키즈 프로그램’이라는 생활습관 교육을 받는 중이다. 이번 달엔 젓가락질 바르게 하기, 소리내지 않고 꼭꼭 씹어먹기, 음식 이름 알고 먹기를 배웠다. 김 씨는 집에 돌아온 딸이 “채소를 꼭 먹어야 돼”라고 말하는 걸 보면 흐뭇해진다.
구로생명숲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의 서울대’라고 불릴 만큼 들어가기가 어렵다. 서희 양 부모가 신청할 때만 해도 앞에 대기자가 30명 정도였다. 지금은 2000명이 넘게 대기한다. 김 씨는 “민간 어린이집에 잠깐 가본 적이 있지만 아이를 돈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실망스럽고 못 미더웠다”고 말했다.
올해 0∼5세 무상보육이 시행됐지만 김 씨처럼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집 4만3591곳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2288곳(5.2%). 정부는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96곳을 확충한다고 발표한 뒤 공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 발의 피 수준이다.
17개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60억4000만 원을 들여 국공립어린이집 늘리기에 나섰다. 어린이집이 적은 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하고, 위탁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런 국공립어린이집의 이름은 ‘생명숲어린이집.’ 지난해 83억8347만 원을 들여 서울 구로, 경기 오산·이천시, 광주 남구 등 4곳을 지었다. 올해는 76억5653만 원을 들여 내년 초까지 서울 종로구와 인천 연수구, 경기 성남시 등 3곳에 짓는다. 생명숲어린이집에선 보육의 질을 우선가치로 꼽는다. 원장이나 교사를 채용할 때는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평소에도 인성교육과 아동학대예방교육을 꾸준히 실시한다. 학부모에게는 매월 한 번씩 어린이집 급식 조리과정을 참관할 기회를 준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맞벌이, 한부모,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다자녀 가정 같은 요건 중 많은 항목을 충족할수록 입소에 우선순위를 준다. 국공립시설이 너무 부족해 일부 학부모는 위장이혼을 하거나 가짜 서류를 만든다. 국공립과 민간 시설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라도 믿을 수 있는 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다.
6세 딸을 둔 육희재 씨(37·여)는 “맞벌이, 차상위 같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사람이 많아서, 웬만큼 요건을 갖춰서는 들어가기 어렵다.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길 국공립어린이집이 더 많아져야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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