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실각 후폭풍]조직지도부-보위부, 김정은 공안통치 ‘新친위부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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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삼지연 대책회의… 다음날 張 모든 직위 박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월 평안남도에 있는 인민군 제1973부대 산하 2대대를 시찰하는 도중 권총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월 평안남도에 있는 인민군 제1973부대 산하 2대대를 시찰하는 도중 권총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조선중앙TV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 이후 북한의 권력 구도 개편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위부대로 떠올랐다. 두 기관은 장성택 측근들을 처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29일 김정은이 핵심 측근들과 가졌던 ‘양강도 삼지연 대책회의’에서도 그 면모가 드러난다. 안보당국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은 참석자들에게 장성택 실각 이후의 내부 통치 지침을 내렸고, 다음 날인 11월 30일 장성택이 맡고 있는 8개 직위를 모두 박탈하며 사실상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 이 자리에 국가안전보위부에선 김원홍 보위부장이, 조직지도부에선 황병서 부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원홍이 김정은과 함께 지방까지 찾아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병서 역시 지난달 보도된 김정은의 시찰(7회) 중 6회나 동행하면서 달라진 위상을 보였다.

○ 김씨 일가 보위 충성경쟁

조직지도부는 당 중앙위원회의 핵심 부서다. 조직지도부는 당의 하부조직부터 중앙당에 이르기까지 조직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당원들의 정치 동향뿐 아니라 사생활 등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고권력자 김정은을 제외하고 최고위층을 포함한 모든 당원의 인사를 결정하는 핵심 참모 부서로 통한다.

특히 197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앙당 조직지도부를 관할하는 당 조직비서로 임명된 뒤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에 조직지도부를 통해 후계자인 김정은을 보필하도록 지시했으며, 김정일 사후에는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가 조직지도부를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장성택 실각을 주도한 또 다른 세력으로 지목된 국가안전보위부는 호위사령부, 인민보안부와 함께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권력기관이다. 1998년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에 오른 뒤에는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편제돼 김씨 일가 비방사건 색출 작업에 주력했다. 이후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사전 절차 없이 용의자를 구속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김씨 일가의 잠재적 위협을 솎아내는 ‘파수견’ 역할을 충실히 한 셈이다.

○ 피바람 속에서 떠오르는 인물들

두 기관이 다시 주목받게 된 데는 김정은 집권 이후 계속된 고위 인사의 숙청과 북한 관리들의 부패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7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경질이나 장성택 측근들의 처형 당시 두 기관을 활용해 이들의 비리를 캐냈다고 한다. 또 김정은이 도를 넘어선 북한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기관에 힘을 실어 이른바 공안통치를 펼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성택이 완전히 실각하면 두 기관의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택이 이끌던 당 행정부는 원래 조직지도부에 속했다. 2007년 당시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었던 장성택이 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사법·감찰 기관들을 관리하는 행정 부문을 독립시켜 행정부를 만들었고 자신이 부장을 맡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행정부가 아예 해체된다면 행정부의 기능이 다시 조직지도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몸이 좋지 않은 김경희를 대신해 조직지도부를 운영하는 조연준 제1부부장이 향후 실세로 주목받는 이유다.

김원홍 보위부장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그는 당초 장성택의 추천을 받아 보위사령관에서 2011년 군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 밑에서 일하며 신임을 얻었다. 이후 지난해 4월 ‘운구 7인방’ 중 한 명이던 우동측 전 보위부 제1부부장이 숙청되자 바로 보위부장 자리를 꿰찼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장성택#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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