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잃은 울산 ‘추캥’ 멤버들 나눔의 기쁨 뒤 씁쓸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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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6일 07시 00분


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추캥' 자선경기에 앞서 김호곤 감독의 사퇴에 대해 착잡한 표정을 짓는 울산 김신욱. 상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추캥' 자선경기에 앞서 김호곤 감독의 사퇴에 대해 착잡한 표정을 짓는 울산 김신욱. 상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김신욱 “아버지 잃은 느낌”…김승용 “당황스럽다”

‘축구로 만드는 행복(추캥)’을 모토로 모인 현역 선수들은 매 시즌이 끝나면 특정지역에서 자선경기와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 나눔을 실천한다. 이 행사는 1999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데, 올해는 4∼5일 경북 상주에서 열렸다. 회원들은 자선경기 외에도 관내 초중고교에서 축구 클리닉과 사인회를 열었고, 지역 특산물인 곶감 따기 체험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평소보다 관심이 더 컸다. 최근 이슈가 된 울산현대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준우승한 울산 김호곤 감독은 4일 스스로 물러났다. 축구계에선 부족한 전력 속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둔 김 감독의 사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울산에 시선이 쏠렸고 공교롭게도 울산 멤버 여럿이 상주를 방문 했다. 선수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울산은 6명의 회원(김신욱 김승용 이용 강민수 김승규 김동석)이 동참했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울산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스승에 전화 한 통 못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애써 웃으며 행사에 임했지만 무거운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밤늦도록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았다는 후문. 특히 행사참여와 관계없이 울산 선수단 내에선 김 감독 구명 운동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제간 신뢰가 두터웠다.

동아스포츠대상(2일)과 K리그 대상(3일) 등 행사에 참여하느라 4일 늦은 밤 상주로 내려온 김신욱(사진)은 “마치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었다. 우리 잘못을 감독님 홀로 짊어지셔서 괴롭다”고 털어놨다. 김승용도 “보다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성과를 냈음에도 돌연 떠나시게 돼 당황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 감독의 지도로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로 성장한 이용 역시 “내년 최고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었고,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울산 선수단은 김 감독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초대해 6일 저녁 만찬을 갖는다. 흐리고 쌀쌀했던 상주의 날씨는 울산 선수들의 을씨년스러운 감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상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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