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축구협회 ‘세무골프’ 신조어 만들건가?

  • Array
  • 입력 2013년 12월 6일 07시 00분


부적절한 시기에 골프를 치면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축구인 골프대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부적절한 시기에 골프를 치면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축구인 골프대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집안 뒤숭숭한데 축구인 골프대회
막대한 비용도 기업 후원 충당 눈살

골프는 매력적인 종목이다. 직경 42.67mm, 무게 45.93g의 조그마한 볼을 놓고 벌이는 레이스는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홀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마지막 홀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최후의 승자가 된다. 18홀을 도는 동안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데, 될 듯 될 듯 하다가도 뜻대로 되지 않아 열 받는 종목이 바로 골프다.

이런 골프가 때론 국민들을 열 받게 한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망신살 뻗친 경우가 꽤 있다. 3.1절에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고, 골프 때문에 입신양명의 기회를 날린 군인이나 공무원도 상당수다. 쉽게 말해 골프 한번 잘못 쳤다가 ‘OB(out of bounds)’가 난 것이다. 수해골프, 산불골프 등 골프와 관련된 구설수가 많은데, 이는 부적절한 시기에 골프를 쳤기에 생긴 말들이다. 골프는 건전한 스포츠다. 단순히 골프를 친 걸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언제 쳤느냐가 중요하다. 큰 일이 터지거나 불행한 사태가 생겼는데도 골프장으로 향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골프 파동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할 때면 국민들은 골프를 친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한다.

조만간 축구인 골프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시즌을 마감한 축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다. 뜻 깊은 행사다. 그라운드에서는 적으로 만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동업자다. 최종 순위가 가려진 마당에 더 이상 다툴 일은 없다. 한 해 동안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면서 내년을 기약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아울러 축구인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종목 자체의 위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래서 골프대회가 열린다고 들었을 때 반가움이 앞섰다.

그런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후원 문제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가 이번 대회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가 직접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따로 스폰서를 구했다고 한다. 그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축구협회의 공식후원기업이다. 그래서 축구협회가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골프대회에 상당액을 후원할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일이 그렇듯 문제는 시기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시기인데도 축구협회는 밀어붙였다. 축구협회는 현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올 5월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건 뭔가 잘못된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축구협회로서는 하루하루가 폭풍전야나 다름없다. 범칙행위가 드러날 경우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처벌도 각오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대회를 추진한 걸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골프 치는 시기를 잘 골라야하는 건 우리네 정서다. 그런 국민감정을 감안하면 이번 축구협회의 판단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축구협회 때문에 ‘세무골프’라는 신조어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스포츠 2부 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