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고수 절정 오른 연기력(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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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5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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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Madame)이라는 왠지 모를 불안한 소리와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4살짜리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미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던 중,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받는다. 결국 말도 통하지 않는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 수감되고 만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이야기다.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공항에서 코카인 운반자라는 누명을 쓰고 타국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756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30대 주부 장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 영화는 방은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131분이라는 다소 긴 상영시간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배우들의 감정라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다. 또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옮긴 만큼 객관성을 지키려고 했던 감독의 의견도 잘 전달된다. 방은진 감독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부부로 나오지만 전도연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고수는 한국에서 각각 촬영을 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연기만큼은 1만2400km의 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2011년 ‘카운트다운’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도연은 공백기간이 무색할 정도다. 그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었다. 영화의 화룡점정을 찍었다고나 할까. 그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 실제 그 일을 겪었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캐릭터에 몰입해 절망적인 연기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았다. 3주간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교도소에서 실제로 수감자들과 연기해야 했던 전도연은 3주가 아닌 2년 동안 교도소에 있었던 사람처럼 연기가 생생하다.

고수의 연기변신도 눈길을 끈다. ‘종배’역을 맡은 고수는 아내를 위해 처절한 외침을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남편 역을 표현했다. 기존의 조각미남의 이미지를 벗고 꾸밈없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신한 고수는 일부러 체중을 줄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외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서 천진난만한 막내 딸 ‘은혜결’ 역으로 안방을 사로잡은 아역배우 강지우 역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새로운 아역스타로의 성장을 기대케 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 영화의 주제와 더불어 감독은 공권력의 무관심으로 희생되는 소시민의 이야기도 짚었다. 당시 정부와 해당기관의 안일한 대처로 희생양이 돼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담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다소 편향된 시선이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이 보기에도 울화통이 터지고 기가 막히게 만드는 몇몇 장면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12월 11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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