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호남 첫 지자체장 주민 소환투표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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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투표율 8.3%그쳐 개표 못해
서기동 군수 복귀… 지역분열 상처

호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개표 자체가 무산됐다.

전남 구례군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서기동 전남 구례군수 주민 소환 투표를 마감한 결과 투표자가 1918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8.3%에 불과해 주민 소환이 무산됐다고 4일 밝혔다.

소환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9개 투표소에서 이뤄졌다. 구례 전체 유권자 2만2999명의 3분의 1(33.3%)인 7667명 이상이 투표를 해야만 개표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표 수가 기준에 턱없이 부족해 개표는 아예 이뤄지지도 못했다. 만약 7667명 이상이 투표를 했고 유효투표 과반 수가 주민 소환에 찬성했다면 서 군수가 직위를 잃을 상황이었다.

개표는 무산됐지만 주민 소환 투표의 낮은 투표율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주민 소환 투표를 추진한 소환 운동본부 측은 “서 군수 측 선거운동원 등이 투표소 길목에서 투표하러 오는 주민들을 지켜보며 위화감을 조성해 참여가 저조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선거운동원은 투표를 하러 들어오는 할머니를 다시 모시고 나가려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운동본부 측이 주장한 투표 방해 행위 2건(3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반면 소환 투표를 반대한 반대운동본부 측은 “예산만 낭비하는 무리한 주민 소환 투표에 대해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진 것”이라며 “서 군수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주민 소환 투표로 예산 3억8000만 원만 낭비하게 됐다. 주민들이 서 군수에 대한 일방적인 허위 소문에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례군은 서 군수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를 놓고 지난 1년 11개월간 진통을 거듭했다. 주민 소환 투표 진행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서 군수 측에서 투표 반대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 군수는 2011년 7월 노인요양원 증축과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주민은 같은 해 12월 주민 소환 투표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 군수는 2012년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무죄를 받은 서 군수 측이 “주민 소환 투표를 할 이유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 등은 지난달 ‘투표는 정당하다’고 판단해 주민 소환 투표가 이뤄졌다.

주민 소환이 무산되면서 서 군수가 내년 6·4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3선을 하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또 다시 지역 민심이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가 2만7314명(10월 말 기준)으로 전남에서 가장 적은 지역에서 주민 소환 투표 실시 여파로 분열과 갈등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서 군수는 곧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2007년 주민소환제도 도입 이후 제주지사, 경기 하남·과천시장, 강원 삼척시장 등 자치단체장 4명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도 투표 수 미달로 개표조차 못했다.

서 군수는 주민 소환 무산에 대해 “주민이 군정의 안정을 선택한 결과로 본다”며 “그동안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던 것들이 주민 소환 무산으로 종식됐다고 생각한다. 투표 과정에 있었던 상대방 비난까지 수용하고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방자치단체장#주민 소환 투표#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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