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日人이 그린 ‘도산전투도’ 구입 놓고 울산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임진왜란 관련 3대 병풍 그림
市, 의회에 25억원 예산 요청
“울산박물관에 굳이 걸 필요있나” 일부 의원 ‘부끄러운 역사’에 난색

울산시가 정유재란(1597년) 당시 조명(朝明) 연합군과 왜군 간의 울산 도산성전투를 그린 ‘도산전투도(島山戰鬪圖·사진)’를 25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전투는 왜군이 승리했으며 그림도 당시 일본인이 그린 것이어서 굳이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울산시는 도산전투도를 구입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25억 원을 반영해 줄 것을 시의회에 요청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그림은 울산박물관이 일본의 개인 소장가로부터 임차해 지난달 26일부터 22일까지 전시한다.

도산성전투는 정유재란 당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왜군 1597년 겨울과 이듬해 가을 2차에 걸쳐 26일간 싸운 전투다. 도산전투도는 당시 전투에 참여한 사가번주(佐賀蕃主)인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가 구술한 것을 가신인 오오키(大木)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본은 소실됐고 17∼18세기 무렵 제작된 모사본 3점이 일본에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사카모토 고로(板本五郞)의 개인 소장본 6폭 병풍 3점을 울산박물관이 임차해 전시하고 있다.

병풍은 조명연합군이 도산성 안에 진을 치고 있던 왜군 진영으로 진격해가는 장면과 조명연합군이 도산성을 포위하고 있는 장면, 성안에 고립된 왜군이 식수와 식량 부족으로 고초를 겪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울산박물관 김우림 관장은 “50억 원을 달라고 하는 그림을 협상해 25억 원으로 합의했다. 현재 이 그림은 미국 클리브랜드 박물관과 매매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는 구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태 시의원은 “도산성전투에서 조선군 2만5000명, 명군 7만 명의 연합군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끝났다. 일본인에게는 자랑일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뼈아픈 전투”라며 “학생들이 많이 찾는 울산박물관에 이 그림을 꼭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박순환, 허령 시의원 등은 “도산성전투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교훈으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울산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림 구입에 찬성했다.

김 관장은 “일본 처지에서 그린 그림이 맞지만 도산성전투는 울산부가 울산도호부로 승격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울산시의회는 10일부터 열리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이 병풍 구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도산전투도는 조선의 시각에서 그린 ‘평양성 탈환도’, 명나라 시각에서 그린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과 함께 임진왜란 관련 3대 병풍 그림으로 불리고 있다. 평양성탈환도는 고려대박물관에, 정왜기공도병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도산전투도#울산박물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