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너무 자랑스러워…” 그리스 노병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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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그리스 정상 만찬서 소회
6·25 참전용사협회 회장-부회장 “한국은 내 나라… 또 올수 있을지”

드라코스 회장
드라코스 회장
3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 및 수행원들과의 만찬이 끝날 즈음 박근혜 대통령이 일어서서 새로운 건배 제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번 그리스를 특사로 방문했을 때 참전용사들을 만났는데 지금 이 자리에 그때 뵌 그리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 회장과 아크리보스 촐라키스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분들이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씀하셔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두 분을 위해서 건배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80세가 넘은 노구를 이끌고 느릿느릿 박 대통령 앞으로 걸어왔다. 예고되지 않았던 행동에 박 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에게 마이크를 드리라는 손짓을 했다. 촐라키스 부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말을 하게 된다면 꼭 이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말로 또박또박 백령도, 38선, 김포공항, 대구, 수원, 군산, 조도, 부산, 진해, 제주도를 열거한 뒤 눈물을 흘렸다.

드라코스 회장도 “이 나라는 나의 나라이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한국 방문이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번영, 강력한 가족 유대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피를 바친 결과라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역시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포옹을 했고 만찬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린 참석자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드라코스 회장의 손자는 한국전쟁기념재단의 장학금을 받았고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리스는 6·25전쟁 당시 1만581명을 파병해 186명이 사망하고 610명이 다쳤다. 당시 그리스 전체 인구는 700만 명 정도였다. 그리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최근 경제위기로 전용기를 팔아 민항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했다. 수행원들은 민항기 일반석을 타고 왔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먼 그리스지만 과거에 우리에게 도움을 베푼 국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6·25 참전용사협회#카롤로스 파풀리아스#그리스#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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