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동대문 주변 시장의 유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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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서 무덤까지 ‘인생 필수품’ 빼곡

한복과 이불 등 혼수용품의 메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동대문 일대 전통시장에서는 산모를 위한 미역국 재료부터 장례용 수의까지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물건을 살 수 있다. 동아일보DB
한복과 이불 등 혼수용품의 메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동대문 일대 전통시장에서는 산모를 위한 미역국 재료부터 장례용 수의까지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물건을 살 수 있다. 동아일보DB
맹모삼천(孟母三遷)은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맹자를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집을 묘지, 시장, 서당 근처로 세 번이나 옮겼다는 뜻을 가진 고사다.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맹자에게 묘지에서 죽음을, 시장에서 삶을 가르친 후에 비로소 글공부를 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이 모자가 서울 동대문 인근에 살았다면 굳이 이사를 다닐 필요가 없었으리라. 동대문 시장은 삶과 죽음을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광장시장, 중부시장, 방산시장에 가면 사람이 탄생과 성장, 죽음의 순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리면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으로 가면 된다. 1959년 문을 연 중부시장은 국내 최대의 건어물 도매시장. 산모를 위한 미역을 비롯해 굴비, 북어,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에서 견과류, 곶감까지 말린 음식은 모두 모여 있다.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과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가깝다.

아기 배냇저고리를 사려면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으로 가면 된다. 조선시대 배오개 장터 자리에 들어선 광장시장은 1905년 개장한 우리나라 대표 상설시장.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내리면 찾을 수 있다. 2, 3층 주단포목부에는 전통 한복, 궁중 복식, 아동 한복, 생활 한복, 예단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양복점, 구제의류 전문점까지 있다. 천을 사다 옷을 지을 수도 있다. 침구부가 있어 시집가는 딸을 위한 혼수이불을 마련할 수 있다. 색색빛깔 폐백 상차림,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은 이바지음식은 이곳에서 모두 준비하면 된다. 광장시장은 특화된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마약김밥’(꼬마김밥)은 물론이고 빈대떡, 순대, 족발, 회 등 온갖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이 줄지어 있다.

아이 돌잔치를 준비할 때는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에 들러 보자. 인쇄물과 봉투로 유명해 돌잔치에 필요한 초대장과 봉투, 기념품 포장지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전시된 상품 중에서 골라 살 수 있지만 도안부터 완성품까지 직접 주문 제작할 수도 있다. 제과·제빵 재료 전문점이 모여 있어 아이 케이크 준비도 가능하다. 틀이나 주걱 등 각종 요리도구와 함께 베이킹파우더 초콜릿 등 각종 첨가 재료들을 살 수 있다. 돌잔치는 물론이고 생일파티, 결혼식, 기념식 등 살면서 치를 수많은 행사 준비를 여기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시 광장시장으로 돌아간다. 미역국, 배냇저고리부터 잔칫상, 혼수 등 숨 가쁜 삶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을 맺는다. 시장 곳곳 ‘한산 모시’라고 적힌 간판들을 찾아가면 삶을 마무리한 후 입는 수의(壽衣)를 맞출 수 있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인생사가 동대문 주변 시장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달 25일까지 매일 오후 7∼1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동대문 두산타워 건너편에 가면 동대문 시장 이야기를 포함해 동대문 주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시는 관광객들이 오가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8분짜리 미디어파사드 작품 ‘빛으로 그리는 동대문 600년’을 4시간 동안 연속 상영한다. 동대문의 변천사와 그 주변의 상권, 삶에 관한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을 펼쳐낸다. 문의는 시 관광정책과(02-2133-2817)나 사업 운영사무국(02-764-6547)으로 하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동대문시장#광장시장#중부시장#방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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