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연]중국이냐, 미국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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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5000년 대한민국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는 어느 곳일까? 중국이다.

세계에서 대한민국과 바다와 육지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그래서 한중관계는 오랫동안 영욕(榮辱)의 역사였다. 중국 한자와 유교의 가치관은 고스란히 한반도에 전수되어 한민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6·25전쟁을 겪으면서 북한을 돕고 한반도 분단의 단초를 제공한 중국을 무시하고 미워하기 시작했다.

1992년 대한민국과 수교한 중국은 더 이상 적대국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시장이다. 최근 한중 간 무역거래량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양보다 많다.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대로 국가가 부자가 되려면 상품을 내다팔 큰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인구 14억 명의 중국이 바로 곁에 있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의 제일 큰 고객이 된 지 오래다.

한중관계 중 경제 분야가 우리의 빛이라면 안보 문제는 여전히 그림자로 남아 있다. 천안함 폭침 시에도 보았듯이 중국은 북한의 빅브러더로 군림하고 있으면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중국이 오랜 역사 동안 한반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면 미국은 광복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68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짓는 국가다. 6·25때에도 우리를 구해주었다. 당시 중국은 적이었고 미국은 전우이자 희망이었다.

한미동맹은 외부의 침략을 막는 굳건한 방패막이였고 한미연합사는 세계 최강의 연합방위체가 되었다.

중국이 이어도를 일방적으로 포함시켜 발표한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동북아 안보에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동북아 패권경쟁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센카쿠 열도 분쟁의 씨앗은 이제 중-일 마찰에서 미중 다툼으로 확전되었다. 대륙국가 중국의 만리장성은 이젠 바다로, 하늘로 성을 쌓고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해양확장 정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오래된 중국인들의 꿈이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인들의 가슴에 제일 큰 상처를 준 사건은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이었다.

중국은 두 개 전쟁에서 영국과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대륙국가 중국의 지상병력은 막강했지만 해군력은 열악했다. 중국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영국과 일본의 군함을 육지에서 막으려다 국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중국은 이제 바다로 나아가는 길만이 살길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덩샤오핑은 개혁, 개방과 더불어 해군력 강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지금의 항모 랴오닝함, 핵잠수함도 그때부터 계획되었다. 중-일 간 센카쿠 열도의 영토분쟁도 내막을 따져보면 중국과 미국의 해양 충돌이다. 주요 2개국(G2)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해군력은 태평양으로 인도양으로 팽창하려 하고, 그동안 세계의 바다를 주물렀던 미국이 이를 막으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해양패권 다툼에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우선 굳건한 한미군사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이다. 우리 혼자 힘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국이 항모 랴오닝과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에 비하면 아직 초보 수준이다. 중국의 목표도 미국처럼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패권에 있다. 그렇다고 중국과 나빠져야 한다는 공식은 옳지 않다. 우리는 중국과 상호 공동 이익을 가려내어 발전시켜야 한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하는 양분법적 사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을 위한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외교력은 강력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 바다에 나아가 국익을 지킬 해·공군력의 증강이 더욱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중국#미국#이어도#방공식별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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