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다리 부러졌다” 속여 64억 가축보험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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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축협 직원-축산農 156명 짜고 마리당 50만∼350만원 타내
경찰 수사 확대… 피해 100억 넘을듯

충남 당진축협 직원 최모 씨(34)는 2010년 1월 전직 보험담당 직원과 함께 가축을 이용해 보험금을 챙기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그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의 다리에 줄을 묶어 잡아당겨 강제로 주저앉힌 뒤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소의 다리가 부러졌다’고 속여 가축재해보험금을 신청해 마리당 50만∼350만 원씩 모두 64억 원의 재해보험금을 부당하게 타 냈다. 추가 조사 대상까지 포함하면 총 400여 명에 피해액은 102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 등 당진축협 전현직 직원들은 “보험료의 두 배를 타게 해주겠다”며 유모 씨(70) 등 가축주들에게 접근해 보험에 들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이 같은 범행을 주도했다. 이들은 가축주 몰래 재해를 당했다는 소의 수를 늘려 보험금을 거짓 청구하는 등 그 차액으로 13억50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등은 포토샵을 활용해 보험금을 청구했던 소의 사진에 다른 번호표를 붙여 가축주 명의로 보험금을 타낸 뒤 자신들의 계좌로 빼돌렸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김모 씨(42)는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소가 다쳤다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주고 건당 3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최 씨 등 당진축협 전현직 보험담당 직원 2명을 구속하고 가축주 유 씨 등 1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철민 광역수사대장은 “가축재해보험료의 절반은 국가보조금으로 충당된다”며 “가축주 중에는 축협 직원과 조합장, 교육청 및 자치단체 공무원까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 질병, 화재 등으로 축산농가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긴급 회생과 경영 회복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가축재해보험에 들어간 국가보조금은 448억 원이다. 경찰은 충남 일부 지역에서 청구한 가축재해보험금이 100억 원대에 이르는 점을 이상히 여겨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이런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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