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개인 일탈” 규정… 윗선의심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채동욱 혼외자 의혹 가족부 조회… 민정수석실 조사 신속공개 배경

청와대가 4일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오영 행정관(54)에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한 사람으로 안전행정부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인 김모 국장(49)을 지목함에 따라 이번 사건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청와대가 이날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의 조사 내용을 빠르게 공개한 건 그동안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가족부 조회를 지시한 ‘윗선’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정리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로 보이며 지금의 청와대와는 전혀 연관되지 않은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은 이번 사건이 현 정권이 아닌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이명박(MB) 정권과 인연이 있는 전 정권 사람들이 벌인 것으로 정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가족부를 조회해준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과 이를 부탁한 조 행정관은 모두 서울시 출신으로 원 전 원장과 인연이 있다.

조 행정관에게 부탁했다고 지목된 김 국장은 포항고를 졸업했으며 경북도청에 근무하다가 2010년 7월 행정안전부로 전출됐다. 이명박 정권 말기 대통령민정수석실에 파견돼 현 정부 초기까지 근무한 경력도 있다.

검찰은 일단 김 국장이 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조 행정관에게 채 군의 가족부 열람을 부탁했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이 단독으로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알아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김 국장에게 열람을 지시한 인물이 MB 정부 인사라면 이번 사건은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기소한 검찰과 채 전 총장에 대한 원세훈 라인 인물들의 반격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김 국장은 4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조 행정관은 친척 누나의 남편으로 평소 자주 연락하는 사이일 뿐 그런 부탁(가족부 열람)을 한 적이 없다”고 청와대 발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오늘(4일) 오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불러 영문도 모르고 갔다”며 “조 씨가 내가 부탁했다고 진술했다고 해서 청와대에 대질을 요구했으나 해주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도 아니라고 진술하고 나왔는데 청와대가 발표를 해버려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설령 청와대가 가족부 조회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청와대의 ‘채 총장 찍어내기’ 의혹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국장-조 행정관-조 국장의 커넥션으로 얻은 정보를 이후 청와대와 공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우선 김 국장이 가족부 열람을 부탁한 것이 맞는지, 맞다면 누구의 지시로 부탁했는지와 함께 이렇게 얻은 가족부 정보를 누구와 활용했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날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사실상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현재 조 행정관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휴대전화 분석 요원 2명도 추가로 파견 받아 수사팀도 확대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분석 작업이 끝나는 대로 조 행정관과 김 국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 기자

윤정혜 채널A 기자
#채동욱 혼외아들#조오영 행정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