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실각 후폭풍]北 “100% 아닌 99%짜리 충신이란 없다”… 절대복종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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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자 노동신문 2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과 함께 김정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1일자 노동신문 2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과 함께 김정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북한이 최근 들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유일 영도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난달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인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처형한 뒤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 노동신문 “신념에서 탈선하면 절대 용서치 않아”

북한 노동신문은 남한의 안보당국이 장성택의 숙청설을 제기한 다음 날인 4일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4 용지로 13쪽 분량의 장문의 글로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특히 당원으로서의 절대적인 충성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말을 인용해 “지난날 아무리 오랜 기간 당에 충실하였다고 하여도 오늘 어느 한순간이라도 당에 충실하지 못하면 충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신은 99%짜리란 있을 수 없고 오직 100%짜리만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는 충신과 간신을 가르는 시금석과 같은 귀중한 가르침”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와 주민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도 엿보인다. 노동신문은 “신념이 없는 인간은 그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든 추호도 용서치 말고 준엄한 심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인류양심의 목소리”라며 “신념에서 탈선하면 그가 누구이든 혁명의 원칙이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고 경고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는 김정은을 직접 언급하며 절대적인 충성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원수님과 심장의 박동을 함께하지 않고 행복이 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 말로만 일하고 시간을 쪼개 헌신하지 않는 사람은 혁명의 동행자라고 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김정은 원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이것이야말로 오늘 우리 인민들 모두의 혁명적 신념을 억년 흔들리지 않게 받들어주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택 측근들이 처형된 11월 중순 이전부터 이미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기 위한 작업도 진행돼 왔다. 10월 15일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우리는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선군사상을 튼튼히 틀어쥐고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열어주신 선군혁명의 길을 따라 곧바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 주요 인사에 대한 숙청을 앞두고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 장성택 숙청 이후 체제 결속 강화돼

김정은 일가에 대한 찬양보도는 장성택의 숙청, 김정일 사망 2주기(12월 17일) 등과 맞물리며 강도가 높아졌다.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는 글과 사진으로 1∼3면을 모두 채웠다. 1면에 실린 사설에서는 “온 나라가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다함없는 흠모의 정으로 세차게 끌어 번지고 있다”며 “‘강성국가 건설’이라는 ‘유훈’을 관철시키려면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힘차게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김정일을 찬양하는 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간부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간부들은 김정일에 대한 추모와 함께 “이 땅 위에 태양의 역사가 영원히 줄기차게 흐르게 하신 분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라며 충성을 다짐했다. 2일에는 김정은의 찬양가인 ‘내 조국강산에 넘치는 노래’의 가사와 악보를 노동신문에 게재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김정일에 대한 그리움을 부각시키고 영웅화하려는 의도와 동시에 그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 체제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조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서 “북한이 김정일 사망 2주기를 앞두고 추모분위기와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보도들이 장성택의 위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은 공식 매체를 통해 장성택과 관련된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김정일의 유훈, 김정은에 대한 충성 등을 강조하는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 측근들의 처형은 이미 북한 권력층은 물론이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을 것”이라며 “일련의 보도는 이들의 비리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북한#장성택#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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