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화난 척하지 말라, 잃는 게 더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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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협상가에게 요긴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상대편이 화난 것처럼 보이면 우리는 상대가 거칠고 야심만만하며 요구하는 것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만만치 않은 상대로 생각하고 요구 수준을 낮추며 일찌감치 양보한다. 이 때문에 노련한 협상가들은 협상을 하면서 일부러 화가 난 것처럼 가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인 로트먼스쿨의 스티븐 코트 교수 연구팀이 최근 ‘실험사회심리학저널’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화를 내는 것과 화를 내는 척하는 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실험 참여자들은 화상으로 모의협상을 진행했다. 사실 협상의 상대방은 사전에 전문배우가 촬영해 둔 영상이었다. 배우가 촬영한 방식은 모두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중립적이면서 감정이 배제된 태도였다. 두 번째는 ‘내면에서 우러나는’ 분노의 태도로, 배우들은 이전에 화가 났던 실제 기억을 떠올리며 촬영했다. 마지막은 ‘표면상의’ 분노로, 얼굴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중립적인 감정을 유지했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이 세 가지 영상 중 하나를 보여주고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물었다. 모든 영상에서 제안은 동일했다.

진심으로 화내는 상대방을 본 참여자들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상대방을 본 참여자들보다 적게 요구했다. 반대로 상대방이 거짓으로 화를 낸 영상을 본 참여자들은 중립적인 상대방을 본 참여자들보다 더 많이 요구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거짓으로 화내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느끼지 못하고, 이런 상대방과 협상할 때 더 많이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감정을 거짓으로 표출하는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비협조적이며 다시 거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이 엄청나게 훌륭한 배우가 아니라면 꾸며낸 분노의 표출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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