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新중년시대]“행복한 노후준비, 재무는 기본 비재무적 요건도 챙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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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은퇴 준비

경기도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48)는 전업주부인 배우자(42)와 17세, 14세인 두 자녀를 둔 가장이다. 이 씨의 월 급여는 450만 원으로 현재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조기 퇴직이 일반화됨에 따라 앞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노후 준비가 걱정이다. 그의 자산은 거주하는 시세 3억 원가량의 아파트와 연금신탁(680만 원), 해외연금펀드(820만 원), 국내 연금펀드(1300만 원), 주식형펀드(600만 원) 등의 금융자산이 전부다. 대출 1억3000만 원을 제외하면 순자산은 2억400만 원.

이 씨의 국민연금 수령은 64세부터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월 120만 원 수준이다. 당장 소득 공백기인 54세부터 63세까지의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고민이다. 은퇴 후 생활비는 보통 은퇴 전 평균 지출금액의 60∼70%로 이 씨는 270만∼315만 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 후 퇴직을 예상하고 기대여명 80세, 국민연금 64세 수령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은퇴 후 이 씨가 필요한 자금은 4억 원.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매달 600만 원씩 저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이 씨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0대 가장의 사례다. 노후 준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이 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결국 최선의 선택은 현재 소비를 줄이고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최대한의 저축과 투자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은퇴 준비, 공감보다는 실천해야

NH은퇴연구소가 올해 4월 557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98.5%)이 노후자금 마련의 필요성은 공감했다. 반면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이는 4.7%에 불과했다.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절약과 저축(47.5%)을 꼽았고 △경제활동기 연장(20.3%) △투자에 의한 목돈 마련(16.9%) △맞벌이 등 소득 극대화(14.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노후의 가장 큰 효자는 자식도, 주식도, 땅도, 집도 아닌 고정적인 소득이라고 말한다. 은퇴를 눈앞에 둔 40, 50대 중년이라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은퇴 후에 꾸준히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박재숙 NH은퇴연구소 과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은 은퇴 전 기본으로 갖춰야 할 준비사항”이라며 “이 외에 주택연금은 주택에 묶인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선택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앞서 소개된 이 씨도 60세부터 가입해 매달 수령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40, 50대가 체크해야 할 사안은 노후에 필요한 의료비 준비다. 한국인의 평생 의료비는 평균 8000만 원에 이르고, 이 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후에 발생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도 있다. 건강관리를 해나가면서 목돈 지출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비재무적 은퇴 준비도 중요

은퇴 준비라고 하면 돈과 관련한 재무준비 먼저 떠올리는 이가 많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재무준비는 기본이고 가족관계와 여가활동 같은 비재무적 준비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이 2002년에 발표한 ‘행복 공식’에 따르면 행복도를 높이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가족, 친구, 대인관계, 취미생활, 운동과 휴식 등이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8월 조사한 ‘한국의 노후 준비도 조사’에서 25∼59세 성인 3700명의 비재무 영역 준비 지수는 100점 만점에 63.9점이었다. 영역별로는 △사회적 관계(57.3점) △심리적 안정(65.0점) △건강(69.0점)으로 나타났다.

인생 후반기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40대부터 틈틈이 고민해야 한다. 은퇴한 후 뒤늦게 도전한 일에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가 제법 많다.

이 외에 은퇴 전문가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배우자와 꾸준히 같이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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