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창]성직자의 설교는 문제 삼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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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침례신학대학 설교학 겸임교수
이재창 침례신학대학 설교학 겸임교수
정의구현사제단의 원로 성직자가 시국미사 중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온 나라가 분열과 대립의 갈등으로 시달리고 있다. 각 정당과 시민단체의 격앙된 대치 정국 가운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종교 단체에서 “성직자의 설교를 문제 삼는 것은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종교탄압”이라고 반발하는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런 기독교 관련 기관의 공적인 선포는 치명적인 오해와 그릇된 인식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보편적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시킬 수 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 종파든 설교 속에서 나온 말은 개인 혹은 국가의 기관이 절대로 문제 삼거나 책임을 물어서 안 된다는 논리는 가장 비민주적이며, 종교의 절대권을 악용하는 독재적 사고의 발상이다. 설교는 그 어떤 종교든 그들의 신앙을 설파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간의 양심을 고양시키는 의사전달 수단일 뿐 그 이상의 어떤 절대적 권위와 치외법권적 특권을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 된다. 목사이든 스님이든 사제이든 자신의 설교에 대하여 종교인 이전에 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누구보다도 진중하게 져야 하며, 사회적 법적으로 책임질 일에 대하여서는 예외 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종교의 설교이든, 설교는 사람의 보편적 양심과 가치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생명을 잃은 우리 병사의 죽음을 매도하고 가족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며, 주민들의 분노를 격발시키는 설교는 이미 설교가 아니다.

오늘날 매우 안타까운 현상은 민주주의를 강하게 표방하고 역설하는 집단, 혹은 종교단체일수록 자신들만의 특권과 무책임한 발언의 보호를 강요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설교는 설교이지 이념연설이나 정치강연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종교지도자도 한 시민이기에 자신의 정치적 선호와 입장을 가질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지식과 상식이 있는 종교지도자는 설교와 개인의 이념 또는 정치성향의 주장과 연설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굳이 그런 발언을 설교로 하려는 것은 그 동기에 있어 신의 면책특권을 받으려는 이중적 사고이며, 종교의 성스러운 사명을 도용하는 형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모순적이고 악한 사고와 행위 때문에 신의 이름을 빌어 사교를 만들고 개인의 탐욕을 채우며 건전한 민주시민의 삶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결론적으로 설교자가 어떤 종교를 설파하든 설교를 정치적으로 도용, 악용하면서 치외법권적 보호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 안 된다, 누구든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그에 응당한 책임을 동시에 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재창 침례신학대학 설교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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