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실각]中언론 “김정은, 김일성식 유일영도체계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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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왕좌 뒤의 실세, 모든 직책서 해임됐다”
신화 등 中 관영매체는 보도 안해… 美-日은 “北체제 요동” 긴급뉴스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소식을 3일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대부분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 소식을 전한 한국 언론을 인용하는 형식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장성택이 모든 직책에서 실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very likely)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중국 언론이었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와 펑황(鳳凰)TV 등은 특집으로 구성해 장성택의 실각과 그동안의 경과, 개인 이력을 소개했다. 펑황TV는 김정은이 김일성식 권력 확보 과정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과감하게 주변을 숙청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다만 신화(新華)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경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중국이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북한 관료가 장성택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대중 협상 대표가 장성택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북-중 경제협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이 경제 개혁 전반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북-중 협력은 물론이고 경제 개선 조치 자체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장성택의 실각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 차원에서 장성택의 실각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김정은 체제의 동요와 권력구조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장성택을 외교와 내정 양면에서 절대적인 권세를 지닌 인물로 묘사하며 “일본과의 납치문제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국영 라디오 방송인 보이스오브러시아도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이 실각했다”고 긴급히 전했다.

영국 BBC는 김정은 체제 이후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 부위원장이 군부의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장성택을 ‘왕좌 뒤의 실세’로 표현하며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후견 세력이었다고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성택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북한 권력 지형은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가장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허진석 기자
#북한#장성택#중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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