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 협박 받은 하태경 “상대 잘못 골랐다” 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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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의 사무실에 협박문구가 적힌 식칼이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자작극'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하 의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토로했다.

현재 호주를 방문 중인 하 의원은 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식칼 협박편지를 받은 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슬픈 사실이 있다. 바로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 반응"이라며 "관련 기사에 141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거의 80~90% 정도가 자작극이라는 반응이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하 의원은 "식칼 살인 협박 보다도 그 협박을 자작극이라 매도하는 네티즌들의 댓글 때문에 제 맘이 더 찢어질 듯 아프다"며 "천안함 폭침이 대한민국의 자작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천안함 유족들과 전우들의 맘도 이토록 찢어지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저지른 이는 종북주의자라고 추리했다.

하 의원은 "이번 협박 서신 사건 범인의 단서는 '민족의 존엄'이란 단어"라며 "민족의 존엄은 북한에서 김정은을 호칭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민족의 존엄에 도전하는 하태경'은 김정은에 도전하는 하태경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있다"면서 "전형적인 종북주의자의 소행이다. 관건은 이 종북주의자의 개인적인 소행인지 아니면 조직적 배후가 있는지 일 것이다. 이건 수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번 위협에 전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협박범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가소롭다"며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 정도에 기죽을 제가 아니다"고 적었다.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하 의원 측은 사무실 앞에서 협박문구가 적힌 식칼과 협박문을 발견한 뒤 이를 경찰에 알렸다. 식칼에는 '하태경', '곧 죽는다'는 문구가 양면에 적혀 있었다. 사무실 문에는 '민족반역자처단투쟁위원회'의 명의로 "시궁창 같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민족의 존엄에 도전하는 하태경 네놈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다"는 내용이 적힌 협박문이 붙어있었다.

하 의원은 현재 한-호 차세대 정치지도자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호주에 체류 중으로 6일 귀국할 예정이다. 하 의원은 10월에도 중국 선양(瀋陽)에서 온 협박성 소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소포에는 해골 모양 가면과 협박문구가 적힌 와이셔츠가 들어 있었다.

하 의원은 북한인권법 제정과 탈북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현재 새누리당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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