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년간 결혼금지”… 거꾸로 나는 중동 항공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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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승무원 채용-교육비용 많이 든다” 임신시 해고 등 부당 근로조건 많아
‘묻지마’식 지원 금물… 꼼꼼히 따져야

카타르항공 등 중동지역 항공사가 여성 승무원의 결혼과 임신을 사실상 제한하는 인사 규정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지역 항공사는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이 많아 승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한국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현재 중동 항공사에는 1000명이 넘는 한국인 승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카타르항공은 여성 승무원 계약 조건에 ‘결혼을 하려면 회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사 후 5년 동안은 결혼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혼 여성이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아랍 문화가 반영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여성 승무원 채용이나 교육 훈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1인당 연간 7만∼8만 달러(약 7400만∼8500만 원)인 만큼 숙련된 여성 승무원이 결혼 후 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타르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채용을 주관하는 아이비승무원 학원 관계자는 “이런 조항 때문에 중동 항공사에 근무하는 여승무원이 결혼을 생각할 경우 대부분 퇴직한다”고 말했다.

카타르항공을 비롯한 일부 중동지역 항공사에는 ‘임신했을 경우 고용주는 고용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 ‘임신 사실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해지할 권한이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들 규정은 여성 승무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국제운송노동자연맹(ITW)이 최근 문제를 삼기도 했다.

ITW 측은 “7만여 명에 이르는 중동 항공사 인력 중 90% 이상이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 등 중동 국적이 아닌데도 중동 특유의 근로조건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이들이 글로벌 기준을 따르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동 항공사들은 ‘여성 승무원이 출산 후 재입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두고 있지만 재입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전직 카타르항공 승무원은 “재입사 신청을 했지만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승무원은 결혼이나 임신을 숨기고 회사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에티하드항공에서 국내 항공사로 이직한 한 여성 승무원은 “국내 여성 승무원 지망생들은 ‘묻지 마’ 식으로 승무원 채용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처음엔 회사별 차이가 있겠느냐고 생각했지만 경험해볼수록 차이가 많은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중동항공사#여성승무원#부당 근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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