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35만명 “혁명” 구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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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오렌지혁명 후 최대 규모 시위… EU와 협력중단 항의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중단에 항의하는 우크라이나의 시위가 2004년 ‘오렌지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중심가인 독립광장에는 시위대 35만여 명이 푸른색 EU 깃발을 들고 ‘혁명’과 ‘대통령 하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시위대, 수도 키예프 시청 건물 점거 농성

1일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국민투표를 통해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결정한 날. 시위대는 이날 광장 인근 키예프 시청 건물을 점거하고 ‘혁명본부’라고 적힌 현수막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다.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불도저를 몰고 온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 야권 일각에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높은 실업률과 물가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야누코비치 정부의 실정 때문에 벌어졌다. 서방에서는 2004년 친(親)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을 탄생시킨 ‘오렌지 혁명’이 이번 시위에서 재현될지 관심을 쏟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EU의 ‘동부 파트너십’ 확대 정책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 29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EU-동부 파트너십 정상회의의 결과는 초라했다. EU는 2009년부터 옛 소련권 6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포괄적 협력 협정을 추진해 왔으나 결국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4개국은 이를 거부했다. 소국(小國)인 조지아 및 몰도바와 협력 협정에 가조인한 것이 유일한 성과다.

러 위협에 EU ‘동부확대 전략’ 수정 불가피

이는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이 EU와 통합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EU와 협상 중이던 아르메니아는 올 9월 돌연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3국 관세동맹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에 참여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와 영토분쟁 중인 아제르바이잔에 1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협박한 것이 계기였다.

이번 회의에서 EU와 1년 뒤 정식 협정을 맺기로 가조인한 조지아와 몰도바도 좌불안석이다. 러시아는 몰도바산 포도주, 조지아산 광천수 수입을 금지하고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러시아는 옛 소련 국가들에 매력적인 설득을 하지 못하고, 이빨만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해 왔던 EU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EU가 옛 소련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인권 개선과 민주화 개혁을 요구한 것이 내정 간섭으로 비쳐졌다.

EU는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을 경우 무관세 이익이 연간 5억 유로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이 6%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교역과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인한 손실(약 120억 달러)을 메우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냉전 시대도 아닌데 옛 소련 국가를 놓고 승리자가 갖는 ‘트로피’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EU 협력협정#동부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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