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 2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3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장에 입장하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인사를 하러 왔다. ‘고수를 알아보는 이는 고수’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 대한민국 야구·축구·배구·농구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한데 모이는 동아스포츠대상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넥센 박병호가 입장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를 하러 온 박병호를 잡고, 잠깐 무언가를 속삭였다. 박병호의 모자 위 선글라스 얘기였다. 박병호는 모자 챙 위에 선글라스를 걸쳐 놓고 수비를 볼 때가 잦다. 그러나 이것이 김 위원장의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김 위원장은 “낮 경기에서 1루 수비를 볼 때, 모자 챙 위에 선글라스를 걸쳐 놓으면 빛이 반사된다. 야간경기도 마찬가지다. 라이트 조명이 선글라스에 반사되면 수비수들이 1루에 송구할 때 순간적으로 눈이 부실 수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애정 어린 충고를 들은 박병호도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박병호는 동아스포츠대상을 마친 뒤 대전에서 열리는 선수협 시상식을 위해 바로 KTX를 타러 가야 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손승락, 김민성 등 넥센 동료들과 함께 김 위원장을 찾아가 다시 인사를 했다. 2년 연속 동아스포츠대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프로야구의 아이콘과 같은 입지를 확보한 박병호이지만, 겸손한 사람됨은 결코 변치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