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재명]지방선거의 ‘내부자 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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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賣官賣職).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이 악습은 뿌리가 깊다. 지방자치선거가 부활한 뒤 더 은밀하게 뿌리를 내려 가고 있는 것 같다. 단체장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당선이 됐으니 어디선가 본전을 뽑아야 할 터. 하기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08년 대선 당시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 중 3분의 1가량을 정부 출범 이후 관직에 임용했다니 매관매직의 전통은 동서와 고금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직위해제된 한동주 전 제주 서귀포시장은 그런 면에서 차라리 솔직했다고 해야 하나. 그는 고교 동문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우근민 현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나에게 서귀포시장직을 더 하라고 말했다”고 떠벌렸다. 고교 동문이라 모두 자기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다른 경쟁 후보에게 줄 선 사람이 어찌 없겠는가. 그는 한술 더 떠 지방자치단체의 썩은 이면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자신을 도와줘야 할 이유로 서귀포시장을 더 해야 동문 공무원이 승진하고, 동문 사업가가 계약 하나라도 더 딸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서귀포시장은 선출직이 아니고 도지사가 임명하는 자리다. 제주도가 2006년 특별자치도로 바뀐 이후의 변화다. 우 지사 측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한 전 시장이 ‘자가발전’한 것이라며 억울해한다. 한 전 시장의 말처럼 두 사람 사이에 ‘내면적 거래’가 있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내년 6·4지방선거가 6개월 앞이다.

▷지방자치 18년의 역사는 비리로 얼룩져 있다. 2007년 당시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방의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행정직은 5000만 원,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을 단체장에게 주는 매관매직이 공공연하다”고 폭로했다. 그 사이 물가가 올랐으니 ‘승진 공정가’도 더 뛰었을지 모르겠다. 당장 고비용 선거 구조를 바꾸고, 단체장의 비리를 신고한 공무원은 승진이라도 시켜줘야 할 판인데 해답을 내놓아야 할 국회는 저 모양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
#지방선거#한동주#서귀포시장#비리#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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