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개선문 인사’… 사장 승진 8명 중 5명이 전자출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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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단 16명 인사발표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런 인사원칙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삼성은 2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40)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8명이 승진하고 8명이 자리를 옮기는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에서 삼성은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부사장들을 대거 사장으로 승진시킨 반면 실적이 부진한 금융과 건설 분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대부분 교체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에 오른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는 인사이동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8개 계열사의 사장이 교체된 가운데 삼성전자 출신 사장 4명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삼성그룹 내에 계열사별로 사업 재편과 경영혁신이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출신 대거 승진

삼성그룹은 이날 8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에서만 5명이 승진했다. 2010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을 맡은 뒤 롱텀에볼루션(LTE) 등 통신기술 개발을 이끈 김영기 부사장(51)은 자리 이동 없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제조기술센터장으로 스마트폰 글로벌 제조 역량을 강화시킨 김종호 부사장(56)도 세트제조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남성 LED사업부장(54)은 제일모직 사장으로, 원기찬 인사팀장(53)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선종 재경팀장(55)은 삼성벤처투자 사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계열사를 맡게 됐다.

반도체 공정개발과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을 이끌어온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54)은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승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이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삼성전자의 한 조직이었고 지금도 사업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외의 계열사에선 오너 일가인 이서현 사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삼성생명 소속인 안민수 부사장(57)만 유일하게 사장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안 사장은 삼성그룹 금융일류화추진팀 부사장에서 삼성화재 사장으로 승진했다.

○ 금융과 건설 계열사 교체 많아

금융과 건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삼성 금융계열 ‘빅4’ 기업(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가운데 삼성증권을 제외한 3곳의 CEO가 바뀌었다. 안민수 사장이 승진과 함께 삼성화재 CEO가 되면서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으로 이동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건설 계열 3개사 가운데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8월 경질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장을 맡던 정연주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리조트·건설부문장)만 자리를 지켰다. 정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삼성카드 사장으로 일하던 최치훈 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금융과 건설 부문의 영향으로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5곳에 그쳤던 계열사 CEO 교체는 올해 8곳으로 늘었다. 경기 침체 탓에 실적이 부진했던 건설 분야와 달리 금융 분야에선 지난해부터 그룹 수뇌부가 강력히 주문한 경영 혁신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에 따라 경영진이 대거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혁신 DNA 전파를 위해 삼성전자 출신 사장의 다른 계열사 이동을 가속화했다. 이번 인사에서 조남성 원기찬 이선종 사장이 승진과 함께 다른 계열사 사장을 맡았고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삼성SDS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 김기남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 1년 만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이동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 회사의 경쟁력은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금융,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데 그룹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부회장 승진 없어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 외에는 오너 일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도 기존 역할에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이 돌았지만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삼성그룹이 매년 2명씩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기 때문에 올해 뛰어난 실적을 올린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의 승진이 점쳐졌으나 부회장 승진은 한 명도 없었다.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올해 삼성전자 외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회사가 없었고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의 사장들도 승진한 지 4, 5년밖에 안 돼 보통 7, 8년이 걸리는 부회장 승진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 전체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8.3세에서 57.7세로 젊어졌다. 신임 사장단의 평균 연령도 지난해 55.3세에서 올해 54.3세로 낮아져 2011년부터 본격화된 세대교체 움직임이 이어졌다.

김용석 nex@donga.com·김지현 기자
#삼성 승진#삼성전자#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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