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오일머니 풍부한 지금이 이슬람채권 도입할 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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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자금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해 국내 인프라 투자 자금으로 유치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이슬람 자금을 잘 활용하면 국가 경제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내 외화 자금을 이슬람권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단행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외화 자금을 다변화해둬야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슬람 자금은 원전 수주 등 국가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게 유 사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세계적으로 여유 자금이 풍부한 곳은 중국과 중동”이라며 “중국 자금은 주로 자국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데 비해 중동 자금은 순수하게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고 장기 투자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1년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에 대해 조세 감면을 해주는 법안이 추진됐다가 기독교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뒤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 따라 금융투자를 한 뒤 이자를 받는 게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수쿠크는 이자 대신 부동산 임대 수익과 배당금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따라서 조세 감면이 필수다.

유 사장은 “이슬람 금융에서는 율법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각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경제 외적인 변수가 분명 존재하지만 자금이 풍부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슬람 금융을 통해 여러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호주가 수쿠크 발행을 추진하고 홍콩, 일본이 수쿠크에 대한 세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이슬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늦어질수록 손해라는 것.

그는 “중동지역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이슬람 부호가 많다”며 “이슬람권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 영국이 아닌 아시아 등 다른 국가로 자산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조금만 발 빠르게 움직여도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무슬림 정서상 한번 ‘친구’가 되면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며 “이슬람 금융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수쿠크를 한국이 도입한다면 이슬람 금융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알라룸푸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유상호#한국투자#이슬람채권#이슬람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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