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PP 막차 탈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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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참여 선언’ 해야… 내년 3, 4월경 본협상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통상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TPP는 미국의 강력한 조기 타결 의지로 이미 협상 막바지에 다다랐다. 뒤늦게 TPP 참여 희망을 밝힌 한국으로서는 협상 타결 전에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TPP행 막차를 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기존 회원국들이 대체적으로 한국의 참여를 환영하는 만큼 결국 관건은 한국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TPP 참여절차를 마치느냐에 달렸다. 힘겨운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 ‘TPP 막차 타자’ 속도전

한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12개 기존 회원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갖고 한국의 참여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들은 뒤 공식적인 ‘참여선언’을 해야 한다. 이후 다시 기존 참여국과 ‘공식 양자협의’를 통해 참여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모든 국가로부터 한국의 참여를 승인받아야 한다.

정부는 가급적 이달 중순까지 기존 TPP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마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대표단은 3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예비 양자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이어 7∼10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TPP 각료회의에 참석해 나머지 국가들과도 예비 양자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해 안에 예비 양자협상을 마치고 공식 참여 선언을 하더라도 빨라야 내년 3, 4월경에나 TPP 본협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TPP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으로부터 참여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국과 합의한 참여조건을 미 의회에 통보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만 90일이 걸린다.

실제로 일본은 2011년 11월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뒤 이 같은 절차를 모두 거쳐 본협상에 참여하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다. 자칫 기존 회원국으로부터 참여 승인을 받기도 전에 TPP가 타결되면 한국으로서는 ‘떠난 버스 뒤에 손 흔드는 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언제쯤 TPP 협상이 타결될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TPP 참여 결정이 내려지면 최대한 신속하게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TPP 연내 타결은 어려울 듯

일단 정부 안팎에서는 TPP가 참여국들이 목표한 대로 올해 안에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TPP 수석 실무자급회의에서 21개 협상 분야 대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농산물 개방, 지식재산권 등 남아 있는 과제들이 모두 참여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난제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차게 농산물 관세 철폐에 대한 예외인정을 요구하는 일본은 1일 미국과 양자협상을 벌였지만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미국 등 기존 회원국들이 한국의 참여를 환영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TPP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표적인 아시아 우방국인 한국의 TPP 참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존 참여국들이 공식 양자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 조건으로 쌀 개방 등 민감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TPP에 가입하게 되면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일본과 FTA를 맺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TPP 연내 타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빨리 절차를 밟으면 내년 3, 4월경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TPP 가입은 일본에 대한 시장 개방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Trans-Pacific Partnership) ::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모든 품목의 관세 철폐·인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가 간 교역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협정으로, 타결되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권(FTAA)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영 기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자유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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