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다수의견에 반해 총장간선제로 학칙 바꾼건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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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국립대 직선제 폐지 상황서 부산고법, 교수측 손들어줘 논란
교육부 “절차상 문제 지적한 것 총장간선제 유지 변함없다”

소속 대학교수 다수의 의견에 반해 총장 선거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꾼 학칙 개정은 잘못이라는 부산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전국 39개 국립대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 부산대는 2012년 정부의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라 학칙을 개정해 총장 간선제를 도입했다. 교수회는 학칙 개정 전에 교수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투표한 961명 중 58.4%가 ‘직선제 폐지 반대’에 표를 던졌다. 투표결과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가 학칙을 개정해 공포하자 이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본부를 상대로 학칙 개정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1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올해 5월 24일 학칙 개정에 문제가 없다며 대학본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인 부산고법이 11월 20일 선고에서 이를 뒤집었다. 부산고법 제2행정부는 “총장선출제도에 관한 학칙 개정은 부산대 교수 전체의 뜻을 모아 진행해야 한다”며 “교원이 총장후보를 선출할 권한은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간선제로 학칙을 바꾼 다른 국립대에서도 학칙 개정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법인화와 총장 간선제 등을 골자로 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인화법)’에 대해 2011년 헌법소원을 낸 서울대 교수들은 부산고법의 판결을 반겼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부산고법이 총장 선출권을 교수들의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서울대법인화법 역시 서울대 교수들의 총의와는 상관없이 2010년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해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대 교수협의회장 이정재 교수(농업생명과학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법인화는 서울대 발전을 위한 선택이고 이미 시행 2년이 된 시점에서 총장 직선제로 회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의 구성이 폐쇄적이고, 이사회를 견제할 기구가 없기 때문에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교수의 뜻을 반영할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을 접한 교육부는 판결 취지가 총장 간선제 자체가 아니라 학칙을 바꾸는 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보고 간선제 등 국립대 선진화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산대가 상고를 하기로 했으니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장 직선제가 대학사회의 갈등과 부패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하에 폐지를 추진해왔다. 선거 과정에서 창원대에서는 후보 출마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100만∼2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고 부산대에서는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매수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희균 기자
#부산대#총장간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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