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PP 참여의사 표명했지만… 美 “신규 합류, 기존협상 끝낸 뒤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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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가 약 1년 만에 기존 정책에서 급선회하며 TPP 합류를 선언했지만 당장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PP 협상을 주도해온 미국이 기존 12개 회원국 간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기(失期)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등 새롭게 TPP에 참여하고자 하는 신규 참여국의 합류 여부에 대해 기존 협상을 마무리한 뒤 생각해 보자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TPP에 새롭게 참여하려는 어떤 나라라도 기존 TPP 협상국과의 양자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TPP 신규 합류는 현 협상 당사국이 TPP 합의를 도출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연내 TPP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협상 중간에 새로운 국가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TPP 합류는 크게 ‘관심 표명→참여 선언→기존 참여국의 승인’의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2011년 11월 참가 선언을 한 일본도 올해 4월 참여국들의 승인을 받기까지 무려 1년 5개월이 걸렸다. 이에 따라 한국이 기존 참여국 간 협상 도중에 TPP에 참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참여한다 해도 기존 나라들이 판을 짜 놓은 뒤에는 한국의 주장을 내세울 여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TPP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같은 다자간 협상으로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간 협상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국내외 사정에 따라 협상을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TPP 협상 테이블에는 진작 앉았어야 했건만 ‘기존 협상 참가국과 대부분 FTA를 체결하고 있어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TPP에 합류할 수 있다’는 다소 안이한 논리로 관망만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발 빠르게 협상 참여를 선언한 일본 등과 비교할 때 더욱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TPP 참여 의사 표명을 한국이 일본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움직임은 라이벌인 일본의 무역자유화로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프로먼 USTR 대표의 반응에 대해 “미국이 당초 올해 말까지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목표가 달성되면 한국이 기존 참여국의 승인을 받기 전에 TPP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원론적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공식적으로 TPP 참여에 대해 협의한 바는 없지만 TPP의 정식 출범이 연내가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질 수도 있어 시간 여유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정부#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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