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기적의 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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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일 07시 00분


이보다 더 극적인 역전 드라마는 없다. 포항 스틸러스도, 패한 울산 현대도 모두 울었다. 포항 선수단이 1일 울산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이보다 더 극적인 역전 드라마는 없다. 포항 스틸러스도, 패한 울산 현대도 모두 울었다. 포항 선수단이 1일 울산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94분 김원일 결승골…울산에 1-0
K리그 클래식 최종전서 역전우승
국내파선수로 일군 또 하나의 신화
FA컵 우승 이어 사상 첫 더블 위업


포항 스틸러스가 전인미답의 더블(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다. 포항은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최종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 현대를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포항은 승점74를 기록하며 울산(승점73)을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FA컵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1996년 FA컵 창설 이후 첫 동시 우승(더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통산 5번째(1986, 1988, 1992, 2007년) 우승이고, 6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창단 40주년을 맞아 감동은 더욱 컸다. 황선홍 감독은 감독 생활 6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반면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서울과 전북 경기에서는 데얀이 1골을 추가해 김신욱(울산)과 19골로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 경기수가 적어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1-1 무승부.

● 황 감독의 빠른 교체카드 통했다

포항은 자칫 우승 기회를 잃을 뻔했다. 시즌 중반에 울산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은 뒤 매 경기 결승전과 다름없는 승부를 펼쳤다. 황 감독은 “스스로 져서 우승 기회를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선두 울산은 11월27일 열린 부산 원정에서 후반 막판 역전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포항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황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어린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요구했다. 선수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그는 경기 전 “없어질 기회를 힘들게 얻어 소중함이 크다. 베스트 전력을 낸 만큼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이명주, 고무열, 김승대에게 기대가 쏠렸다. 그러나 전반 45분 동안 부진한 모습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인지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노병준만이 부지런히 뛰었다. 오히려 울산의 역습에 고전하며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황 감독은 후반 초반 승부수를 띄었다. 공격수 박성호와 조찬호를 잇따라 교체 투입했다. 카드는 적중했다. 분위기는 포항으로 넘어왔다. 경기를 압도했다. 그러나 울산 골키퍼 김승규의 철벽수비에 거푸 막혔다. 후반 16분 박성호의 헤딩슛과 김승대의 일대일 찬스가 무산됐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4분의 후반 추가시간. 포항의 집중력은 무서웠다. 마지막 얻은 프리킥 기회. 문전으로 날아온 볼을 울산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막았다. 박성호가 문전 혼전 중 오른발 땅볼 슛을 시도했고, 이 공은 공교롭게도 수비수 김원일 앞으로 굴렀다. 김원일은 골대 바로 앞에서 침착하게 차 넣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포항 선수단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벅찬 감동을 나눴다. 승리의 신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포항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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