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패배…그래도 울산 투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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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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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왼쪽)은 생애 첫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고, 김신욱은 득점왕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정상권 기량을 보여준 울산의 도전은 높게 평가받을만하다. 울산|김민성 기자
김호곤 감독(왼쪽)은 생애 첫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고, 김신욱은 득점왕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정상권 기량을 보여준 울산의 도전은 높게 평가받을만하다. 울산|김민성 기자
김신욱 진화·한상운 부활 등 ‘철퇴 축구’ 성과
김호곤 감독 “우리 선수들 고맙고 자랑스럽다”


최선을 다했다. 울산의 투혼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11월27일 부산 원정 패배가 뼈아팠다. 첫 골을 먼저 넣고 역전패했다. 치명적이었다. 1일 포항과 홈경기를 앞두고 양 팀 격차가 승점 2로 좁혀졌다. 한 때 승점 5로 간극을 벌리면서 여유로운 타이틀 획득을 꿈꾼 울산이기에 땅을 쳤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입장은 판이했다. 그간 울산은 ‘쫓는 자’였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선두권을 유지하되, 올라갈 타이밍은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꼭대기에 서면서 쫓기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최종전 포항전은 비기기만 해도 통산 3번째 타이틀을 품에 안을 수 있었지만 준우승 징크스를 끝내 뿌리칠 수 없었다. 7번째 ‘2인자’ 꼬리표가 붙었다. 정규리그 최종전이란 표현 대신 “정말 결승전”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던 김 감독은 아픔 속에서도 애써 미소를 지었다. 공식 인터뷰에 나선 그는 “포항의 우승에 박수 보낸다. 끝까지 노력한 우리 선수가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 충분히 값진 2위

울산은 시즌 내내 당당했다. 2위도 예상을 깬 결과였다. 시즌 개막 전 우려의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작년 아시아클럽 정상을 이끈 주역들이 대거 떠났다. 주장 곽태휘(알 샤밥)는 해외진출, 공격수 이근호와 미드필더 이호, 수비수 이재성이 모두 군 입대(상주)를 했다. 보강은 브라질 용병 까이끼, 한상운 등이 전부였다.

그래도 팀은 끈끈했다. 더 강해졌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 승점 3을 챙겼다.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이어진 질주는 굉장했다. 10월20일 서울 원정 2-0 완승을 시작으로 수원(10월27일)-서울(10월30일)-인천(11월 3일)-전북(11월 9일)-수원(11월23일)전을 싹쓸이해 정상 문턱에 섰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진화는 엄청난 시너지였다. 온 몸이 무기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해진 그는 아시아 최강 폭격기의 자존심을 지켰다. 19골 6도움. 부산 원정에서 경고 3회를 채워 포항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은 지켰다. ‘한물갔다’고 혹평 받은 한상운도 8골 8도움, 하피냐도 11골 4도움을 올렸다. 포항과 운명의 90분 이전까지 공격 포인트가 없는 이는 골키퍼들을 포함한 8명에 불과했다.

울산 전술의 핵심인 ‘철퇴 축구’도 완성도를 더했다. 안정 디펜스를 이끈 ‘No1’ 수문장 김승규와 강민수, 박동혁을 주축으로 한 수비진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포항전 이전까지 이어져온 86.1%(14승3무1패), 극강의 홈 승률도 울산의 자랑스러운 기록이 됐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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