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5잔’ 현대캐피탈을 확 바꿔놓았다

  • Array
  • 입력 2013년 12월 2일 07시 00분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충격의 2연패 뒤 단장·감독 참석 술자리
승리에 대한 지나친 부담 극복 의기투합
삼성화재와 맞대결 3-1 승리 1차전 설욕


프로배구 V리그 ‘꿈의 매치’ 2차전이 12월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졌다. 5연승으로 1위를 달리는 삼성화재와 최근 2연패하며 4위로 추락한 현대캐피탈의 준비는 달랐다.

● 폭탄주로 마음을 연 현대캐피탈

11월28일 우리카드 원정에서 0-3으로 패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식사도 취소하고 천안 숙소로 이동했다. 삼성화재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이은 2연패. 배고픈 선수들을 우선 먹여야 했다. 안남수 단장은 소주와 맥주 2박스를 따로 주문했다. 선수들은 폭탄주 5잔씩 마셨다. 아가메즈를 포함한 모든 선수와 평소 술을 못한다는 김호철 감독도 예외는 없었다. 말도 없었다.

소주와 맥주를 반반씩 섞은 폭탄주를 마시는 동안 구호는 하나였다. 선창자가 “현대”하고 외치면 나머지는 “XX”하고 화답했다. 술이 어느 정도 오르자 감독 단장은 자리를 물러났다. 선수들끼리 속내를 털어놓고 나눌 충분한 시간을 줬다. 늦은 밤 선수들이 하나 둘 감독, 단장의 방으로 찾아갔다. 패배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결국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문제였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을 선수 스스로 털어내고 이겨내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 팀의 현 주소를 잘 알자, 우리가 1강이라고 매스컴에서 했지만 냉정하게 따져서 우리는 우승팀이 아니다. 문성민이 올 때까지 잘 버티자고 얘기했지 모든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기려고 노력하는 팀이 되자”고 했다.

● 맞대결 2차전 승패를 가른 것은?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액션이 컸다. 평소보다 과하게 제스처를 하고 선수끼리 스킨십을 했다. 1세트 아가메즈가 15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따냈다. 24-23에서 몸을 날리는 스파이크로 세트를 결정낸 것도 아가메즈였다. 삼성화재 레오의 공격성공률이 37%로 평소보다 떨어졌다. 2세트도 중반 접전에서 최민호가 레오를 연속 막아낸 것이 결정타였다. 21-23에서 또 레오의 공격이 연속으로 막혔다. 결정은 아가메즈가 냈지만 여오현이 올려준 2단토스가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보여줬다. 3세트 삼성화재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 버티고 일어섰다. 24-24 듀스에서 아가메즈의 서브미스와 레오의 결정타로 세트를 끝냈다. 레오가 살아났고 이강주가 여오현의 그늘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4세트. 삼성화재가 먼저 세트포인트에 올랐으나 현대캐피탈이 따라붙었다. 26-27에서 레오의 백어택 아웃여부를 놓고 합의판정 끝에 아웃으로 결정났다. 세트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이 마지막에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5승째(3패) 승점 15가 됐고, 삼성화재는 5연승 뒤 패배(6승2패)를 기록했다.

신치용 감독은 “기본 싸움에서 졌다. 1,2세트 서브리시브가 불안해 공격리듬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판정에 대해서는 VTR을 보고 구단이 KOVO에 공문을 보낼 것이다. 감독은 말하면 징계를 주니까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힘들었다. 레오가 잘 안되는 날 더 쉽게 했어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연결에서 삼성보다 우리가 나았다”고 평가했다. 역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닌 마음이었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