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1000원에 5개 풀빵… 60년 전통 평양만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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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주변 5대 전통 먹을거리

36년째 대전역 앞 중앙시장에서 풀빵을 만들고 있는 ‘문화빵’ 주인공 방숙자 씨(오른쪽)와 아들 황의석 씨.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36년째 대전역 앞 중앙시장에서 풀빵을 만들고 있는 ‘문화빵’ 주인공 방숙자 씨(오른쪽)와 아들 황의석 씨.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역 주변 5대 전통 명품 먹을거리를 아십니까.’

몸과 마음까지 추워지는 겨울, 추억만큼이나 따스하게 해 주는 게 있을까. 그중에서도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먹을거리는 더욱 정겹다. 1905년 건설된 대전역.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대전역 주변 중앙시장에는 ‘돌만 갖다 놓아도 팔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고 없는 게 없다. 이곳의 ‘5대 전통 먹을거리’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역전시장에서 중앙시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 입구에 있는 ‘문화빵집’. 이곳에서만 36년째 이어 오고 있다. ‘문화빵’이라는 이름은 시대 변천과 문화의 흐름에 따라 풀빵에 들어가는 앙금이 변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주인 방숙자 씨(73·여)는 “8년째 1000원에 다섯 개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빵은 국화빵보다는 약간 작다. 식감은 달걀을 넣어 카스텔라와 비슷하다. 전통적으로 팥 앙금이 들어가지만 요즘은 젊은층을 겨냥해 슈크림에 견과류를 넣기도 한다.

근처 신한은행 뒷골목에는 ‘홍가네 호떡’이라는 길거리 분식점이 있다.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튀김과 호떡 등을 파는 곳. 이곳 호떡은 개당 700원으로 현미를 재료로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구워 담백하다. 부산 남포동의 씨앗호떡만큼 인기다.

중앙시장 내 한복거리 근처에 있는 ‘개천식당’은 역사가 60년쯤 됐다. 북한이 고향인 할머니(작고)가 월남한 이후 시장 골목 허름한 건물에서 평양식 만두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방에서 15년째 일하던 종업원이 인수했지만 맛은 예전 그대로다. 당면과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흔한 만두와는 달리 만두피는 두껍게 직접 빚고, 숙주와 야채로 소를 만든다. 이 집의 명물은 도르래. 1층 주방에서 2층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한 사람 비켜서기도 좁아 아래층에서 줄로 연결된 도르래로 만둣국을 담아 2층으로 올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35년째 대전역 앞 골목길에서 녹두전과 두부두루치기만을 만들어 손님을 맞고있는 ‘별난집’ 장순애 씨.
35년째 대전역 앞 골목길에서 녹두전과 두부두루치기만을 만들어 손님을 맞고있는 ‘별난집’ 장순애 씨.
대전역 앞 한밭식당 옆 골목길에 있는 ‘별난집’도 전통 명품 먹을거리 중 하나.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장순애 씨(74·여)가 35년 전인 1978년에 문을 열었다. 메뉴는 녹두전과 두부두루치기 등 2개뿐. 녹두는 직접 갈아서 사용한다. 두부도 35년째 손두부만으로 쫄면과 직접 짠 들기름을 넣어 매콤하게 데쳐 낸다. 식탁과 의자는 35년 전에 있던 그대로다.

장 씨는 “1970, 80년대 대학생 손님으로 왔다가 이제는 중년이 다 돼 자녀들과 함께 추억의 맛을 찾으러 오는 손님이 많다”며 “자식을 두고 가는 건 아쉽지 않지만 언젠가 별난집을 놓고 가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장 안 먹자골목의 대동집, 이모네집, 영동집 등 소머리국밥집과 순대를 파는 난전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꼽힌다. 30년 역사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한두 가지 메뉴로 서민들의 가슴과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 주고 있다.

박은숙 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울림 상임이사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전통 먹을거리만큼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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