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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정-캐릭터 묘사엔 단연 여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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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정-캐릭터 묘사엔 단연 여성이죠”

동아일보입력 2013-10-31 03:00수정 2013-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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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POGO-이채은… 이들이 여성 웹툰작가로 사는 법
인기 여성 웹툰작가 초, 이채은, POGO 작가(왼쪽부터)가 자신이 그린 웹툰 캐릭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세 작가 모두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신인 등용문격인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데뷔했다. 네이버 제공
웹툰계에 떠도는 소문 중 하나는 “여성 웹툰작가 중에 미인이 많다”는 것. 그런데 외모를 앞세워 화제에 오른 여성 작가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 작가들은 성별을 밝히려 하지 않는단다. 작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캐릭터도 중성적이거나 동물, 무생물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25일 서울 마포에서 그림 실력과 함께 미모도 빠지지 않는 여성 웹툰작가 3명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용이 산다’의 초(본명 정솔·24), ‘레사’ ‘장산범’의 POGO(최수영·23), ‘트럼프’의 이채은 작가(22).

실력과 별개로 예쁘기만 하면 벼락스타가 되는 시대. 속된 말로 외모가 되는데도 굳이 앞세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초는 “‘용이 산다’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인데, 재밌게 웹툰을 보던 독자들도 작가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선 ‘여자가 그려서 공감이 안 된다’고 댓글을 단다. 특히 한 명은 매 회 찾아와 댓글을 다는데, 정말 싫다”고 말했다.


사진이 공개되면 외모를 언급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일부 남성 독자들은 “사귀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끊임없이 구애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내 여자”라는 글로 도배도 한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남녀 작가 비율은 65 대 35 정도. 통계에 비해 여성 작가 숫자가 적게 알려진 이유에는 이런 ‘차별의 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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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자가 여성 작가를 남자로 믿고 연정을 키우는 일도 있다. POGO는 “일부 여성 팬들은 웹툰만 보고 나를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확신하고 애정을 키웠다. 나중에 내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 속았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세 작가는 남성 작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재일 조회건수 1, 2위를 다투는 ‘용이 산다’는 용이란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웃과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엮은 개그 판타지. 조만간 시즌2가 나올 ‘레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마적 존재(디맨)를 쫓는 사냥꾼들의 모험을 그린 액션 판타지. ‘트럼프’는 인간 세계에 유폐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 판타지다.

POGO는 “여성 작가이다 보니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용맹한 캐릭터라고 용맹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상황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작가는 “판타지에 세심한 감정선을 입히는 건 여성 작가의 능력이다. 게다가 숫자가 적어 그 자체도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4차원’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초는 유명한 오덕후(마니아)다. 거의 모든 게임과 만화책을 섭렵했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POGO는 “어릴 땐 친구도 없이 온종일 누워서 상상만 했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면 몇 달 동안 붙잡고 거기에다 살을 붙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낸다”고 했다. 이채은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귀신이나 외계인이 찍힌 사진을 보며 왜 나는 못 볼까 궁금해하다가 그들의 시간대가 인간보다 0.8초 정도 빨라 마주치지 않는다는 상상을 하게 됐고 이를 웹툰으로 옮겼다”고 했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거침없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보다 체력이 약한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당찬 대답을 들었다. “체력이 부족한지는 모르겠고 생리기간에는 힘들다. 생리통 때문에 휴재한다고 하면 난리 날 거라 무조건 참고 한다. 그래도 웹툰 여성 작가들에겐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초)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초#이채은#POGO#웹툰#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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