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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옹호서 ‘시민 자유’ 지지자로… 마키아벨리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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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옹호서 ‘시민 자유’ 지지자로… 마키아벨리 다시 읽는다

동아일보입력 2013-10-02 03:00수정 2013-10-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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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탈고 500주년 맞아 학계 재조명 학술대회 잇따라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공화국에서 고위공직자로 일하다 공화국이 무너지고 메디치가가 복귀하면서 실각했다.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한 ‘군주론’을 통해 군주정을 통한 정치개혁을 꿈꿨지만 이마저 좌절되자 은둔과 집필로 생을 마감했다. ‘군주론’은 물론이고 그의 공화주의적 이상을 담은 ‘로마사 논고’는 모두 그의 사후에 출간됐다. 동아일보DB
《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군주론’ 중에서)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주로 권모술수의 대가, 독재자를 위한 지침서를 쓴 사악한 정치이론가로 평가돼 왔다. 국가의 발전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마키아벨리적’이라는 형용사로 수식됐다. 》

학계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는 양분됐다. 보수적 정치학자였던 레오 스트라우스는 저서 ‘마키아벨리’(1958년)에서 마키아벨리가 최초의 근대 정치학자라는 학계의 평가를 반박하면서 그를 ‘악의 교사’로 받아들이는 대중적 통념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적 정치학자였던 셸던 월린은 ‘정치와 비전’(1960년)에서 “정치를 종교와 윤리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마키아벨리를 높이 평가했다. 정치의 본질이 권력이고 권력의 핵심을 폭력이라고 한다면, 폭력을 부정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대면해 작은 폭력으로 더 큰 폭력을 저지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서구 학계에서는 지나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공동체주의가 부각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 비전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존 포콕 미국 존스홉킨스대 명예교수의 저서 ‘마키아벨리언 모멘트’(1975년)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말 냉전체제가 붕괴된 뒤 “공동체주의는 파쇼적”이라는 신자유주의 진영의 비판을 받으면서 시들해졌던 이런 흐름은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1990년대 들어 재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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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1513년 ‘군주론’ 집필을 마쳤고, 그가 죽은 뒤 1532년에야 책으로 출간됐다. ‘군주론’이 탈고된 지 500년이 된 올해 국내 학계에서도 그의 정치적 통찰력과 리더십을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마키아벨리 ‘군주’ 500주년기념위원회는 ‘2013년 한국 정치, 왜 마키아벨리인가’를 주제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군주론이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마키아벨리와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다. “우리 정치에서 마르크스보다 마키아벨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최 교수는 여러 강연에서 마키아벨리를 인용하면서 마키아벨리 담론에 불을 붙였다. 이어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이 ‘민주적 리더십: ‘군주’의 가려진 진실’,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마키아벨리와 그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한다.

발제자 중 한 명인 곽준혁 소장은 때맞춰 군주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지배와 비지배’(민음사)를 출간했다. 곽 소장은 이 책에서 군주론이 로마 공화정의 부활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군주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이기 때문에 봉건군주의 치세술로 오인될 수 있는 군주론 대신 ‘군주’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또 한국정치사상학회, 한국정치학회, 아산정책연구원은 공동으로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마키아벨리 군주론 저술 50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연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가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윤비 성균관대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부활과 현대 한국 정치 언설의 비극’을 주제로 발표하는 등 학자 10여 명이 발표자로 나서 마키아벨리의 리더십과 현실 정치적 의미를 논한다.

윤비 교수는 “20세기 후반 영미 학계에서는 군주론 외에 마키아벨리의 다른 저서들에도 주목해 그가 시민의 합의와 협조를 우선시하는 정치를 추구했음을 밝혔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만 주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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