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남편 편에 선 아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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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났을 당시 부인 힐러리는 “남편이 밉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회고록에서 ‘남편이 불륜을 고백했을 때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뉴욕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을 때 아내 안 생클레르만은 “단 1초도 남편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남편을 구한 지 1년 반 만에 생클레르는 이혼했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인다운 아내들이었다.

▷1963년 영국은 ‘프로푸모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당시 존 프로푸모 영국 국방장관은 21세의 콜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그 콜걸은 소련군 장교의 애인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전쟁 영웅이었던 프로푸모는 순식간에 조국의 배신자가 됐다. 아내 홉슨만이 남편 쪽에 섰다. 홉슨은 죽을 때까지 “남편은 후회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며 그의 편을 들었다.

▷어제 채동욱 검찰총장의 퇴임식에서 부인은 남편 옆에 서는 대신, 딸과 함께 강당 좌석 오른쪽 맨 앞줄에 앉았다. 검찰총장 퇴임식에 가족 참석은 관행이다. 그러나 채 총장의 경우 혼외자(婚外子) 의혹이 발단이 돼 사임하는 것이어서 가족의 참석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가족의 참석이 그의 결백을 보여주는 것인지, 그의 실수를 가족이 용서했다는 것인지 알 도리는 없다.

▷채 총장은 퇴임사에서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바로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이날 오후 채 총장 혼외자 의혹이 일었던 아파트에서 가정부를 했다는 여성이 “왜 내 앞에서는 ‘아빠 아빠’ 부르게 하고는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는 채동욱 아들 아니라고 해버리느냐”고 폭로했다는 새 뉴스가 나왔다. 채 총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밝혔다. 결백 입증의 방법은 유전자 검사뿐일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정치인#아내#채동욱#혼외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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