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전화통화 로하니, 귀국후 신발세례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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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이란 정상 34년만에 첫 접촉

유엔 총회 참석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역사적인 전화 통화를 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이 귀국 후 성난 군중으로부터 신발 세례를 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의 강경 보수파 시위대는 28일 테헤란 공항에 도착한 로하니 대통령의 탑승 차량에 신발과 계란을 던지며 대미(對美) 유화 정책에 강하게 저항했다. 반(反)로하니 시위대 60여 명은 “미국에 죽음을” “핵협상은 미국의 선동 기만 술책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반면 200∼300명의 친(親)로하니 시민들은 “고마워요” “당신을 지지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 시위를 벌이는 등 로하니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한 이란 국민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15분간의 통화에서 이란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 간 접촉은 1979년 이란 혁명 후 34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이날 통화는 로하니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유엔 총회 참석을 마치고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향하던 로하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의지만 있다면 핵문제를 빠른 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며 “핵협상이 진전되면 시리아 등 다른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핵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맞았다”며 “이란은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폐기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양국 정상은 트위터를 이용해 전화 회담 내용을 신속하게 전하고 안부 인사까지 주고받아 눈길을 끌었다. 로하니 대통령이 회담 내용을 소개하는 10여 개의 트위터 메시지를 연달아 올리자 오바마 대통령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란인을 존경한다”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올렸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는 로하니 대통령의 메시지에 오바마 대통령이 페르시아어로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Khodahafez)”이라고 화답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로하니#이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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