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가입자 손해 안 본다’는 설명은 반쪽의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기초연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손해를 본다는 비판과 미래 세대에게 불리하다는 반발이 대표적이다. 최원영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연금제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원래 65세 이상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씩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정안을 내놓았다. 새 방안은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일괄적으로 10만 원을 주도록 했다. 나머지 10만 원은 국민연금에 11년 넘게 가입했을 경우 1년에 1만 원씩 지급액을 줄여 20년 이상 가입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최 수석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기초연금과 합한 총 수령액이 훨씬 많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연금을 장기 납부할수록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그렇지만 기초연금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덜 받기 때문에 불이익이다.

미래 세대가 불리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최 수석은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애초에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이 낮아지는 현재 청장년층의 노후(老後)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측면이 있다. 수정안대로라면 현재의 청장년층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 기초연금에서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재 노년층이 세수 기여도에 비해 과도한 복지를 누리면 자연스레 그 부담은 젊은 세대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교원연금 군인연금은 적자 보전을 위해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한다. 국민연금은 수령액도 가뜩이나 적은 터에 장기 가입자에게 불리한 기초연금 제도를 만드니 정부가 노후 복지에서도 민관(民官)을 차별하는 것 아닌가.

복지 현안을 해결하려면 갈 길이 먼데 주무 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표를 냈다.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진 장관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도 볼썽사납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담아 몇 번이나 “사의(辭意) 만류” “사표 반려”를 했는데도 진 장관은 어제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자기 입장만 내세우며 임명권자의 뜻을 거부하는 진 장관의 항명에서 장관으로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

건전 재정을 위해 복지 공약의 수정은 불가피하지만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바꾸려면 정부 내 조율부터 신중하고 완벽해야 했다. 국민 설득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정부 안에서부터 티격태격하니 대통령의 리더십까지 의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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