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때문에 은퇴 못해”… 황혼취업, 청년취업 첫 추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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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통계로 본 ‘슬픈 100세 시대’

3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 씨(72·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침에 출근하면 주변 청소부터 시작해 순찰, 분리수거, 택배 처리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한 달에 130만 원 남짓.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동안 경비실에서 일하고 받는 보수다. 유통업 계열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박 씨는 “젊을 때는 ‘아이들 다 키우고 노년에는 편하게 즐겨야지’ 생각했는데 생계 때문에 아직도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다”며 “그래도 일자리가 없는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까지 은퇴를 하지 못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인식의 확산과 인생 후반기의 경제적 불안이 맞물린 결과다. 게다가 노년기에 부부간 불화로 황혼이혼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여유롭고 평화로운 노년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고령자 주요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 인구는 2000년 11만8000명에서 지난해 25만8000명으로 12년 새 2.2배로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5%에서 5.1%로 늘었다.

취업자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의 55세 이상 취업자 수가 청년(15∼29세) 취업자 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취업자는 2000년 54만5000명에서 작년 95만6000명으로 41만1000명(75.4%)이나 증가한 반면에 청년층 취업자는 2000년 129만4000명에서 작년 90만3000명으로 39만1000명(30.2%)이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청년층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에 고령층이 할 수 없이 받아들이는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노년층의 결혼과 이혼도 급증했다. 65세 이상의 결혼은 1992년 188건이었지만 작년에는 760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남성의 결혼은 같은 기간 158건에서 547건으로, 여성의 결혼은 30건에서 213건으로 증가했다.

이혼은 20년 새 11배 이상으로 늘었다. 65세 이상 남성의 이혼은 1992년 119건에서 1156건으로 늘었고 65세 이상 여성의 이혼은 30건에서 500건으로 16.7배로 늘었다. 은퇴한 뒤 집에서 쉬고 있는 김모 씨(66·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늘 집에 있다 보니 아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싸늘해졌고 갈등도 심해졌다”며 “과거 우리 어머니, 할머니처럼 노후에도 남편을 변함없이 내조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진료비가 증가했지만 특히 50대 이후에서 배 이상 늘었다. 70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06년 6666억 원에서 2011년 2조807억 원으로 3배를 넘어섰고, 60∼69세는 7493억 원에서 1조8216억 원으로 증가했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늘어난 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고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황혼취업#고령자 노동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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