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 50대 여성 ‘대상포진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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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면역력 저하 → 오한 발열 감기 증상 → 물집 생기는 수포발진

대상포진에 걸린 한 중년 여성이 왼쪽 옆구리를 잡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여성은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동아일보DB
대상포진에 걸린 한 중년 여성이 왼쪽 옆구리를 잡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여성은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동아일보DB
고3 수험생 딸을 둔 주부 양모 씨(51)는 최근 심한 피로로 몸져누웠다. 딸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잠들기까지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1년여를 보낸 탓이다. 온몸이 욱신대고 콕콕 찌르는 통증이 생겼지만 환절기에 긴장이 풀려 감기가 온 것이라 여기고 감기약을 먹으며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욱 심했고 결국 병원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엔 신체 적응력이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호흡기질환은 환절기에 잦아 이즈음 몸에 이상이 생기면 감기로 여기기 쉽다. 문제는 감기 증상이라고 해서 꼭 감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병에 걸렸는데도 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병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 찬바람에 면역력 뚝…으슬으슬 감기?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 신경절을 타고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한다. 면역력 저하와 깊은 연관이 있어 환절기에 유독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매월 4만여 명 발생하며 그중 환절기인 10, 11월에 평균 4만5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흔히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어서 환절기에도 환자가 많이 생긴다.

대상포진은 오한과 발열에 속이 메스껍거나 권태감이 생기는 등 마치 감기에 걸린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며칠 뒤 작은 물집처럼 생긴 수포발진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초기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수포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대상포진 확진이 어렵고 통증은 수포발진이 나타나기 4, 5일 전부터 발생한다.

대표적 증상인 통증 역시 쑤시고 아프거나 열이 나고 무거운 느낌처럼 감기 때와 아주 유사하다. 통증 부위도 가슴 배 허리 머리 얼굴 등 다양한 곳에서 몸살처럼 나타난다. 수포가 올라와도 피로가 원인이거나 단순 피부병으로 여기는 때도 잦다.

만약 급성 통증이 나타난 뒤 포진이 띠 형태를 보이며 몸 한쪽에서만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보고 즉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에 취약한 50대 여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011년 대상포진 여성 입원환자 중 50대가 약 30%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심해지고 합병증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개 약 4주 이내에 치료되지만 합병증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만성적인 난치성 질환에 가깝다. 특히 대표적 합병증인 신경통은 환자의 10∼18%가 겪는다. 주로 화끈거리거나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한 만성 통증을 말하며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만성 통증은 수면방해 우울증 만성피로 등도 불러온다. 작은 접촉이나 마찰에도 심한 통증이 생겨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는 것 같은 일상생활에까지 큰 불편을 준다.

○ 조기 치료하면 대부분 나아

최근 들어 여러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병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약제는 없어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포진이 생긴 뒤 신경통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포가 발생한 지 3∼5일 이내에 일주일 정도 항바이러스제를 주사하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동시에 진통제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했다고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어른과 어린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은 한 번 앓았다고 면역이 생기지 않아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발률은 매우 낮아 0.1∼1%에 불과하다.

대상포진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백신은 어릴 때 수두에 걸린 이후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예방하며 50대 이상 성인이 접종 대상이다. 50대의 예방효과는 70%, 60대 이상은 51%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국내에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미 대상포진에 걸렸던 사람은 예방접종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의학적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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